물갈이 논란 속 관가 ‘뒤숭숭’
물갈이 논란 속 관가 ‘뒤숭숭’
  • 전성남기자
  • 승인 2008.12.17 1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와대, 공직 상층부 개편 움직임 가속
정부는 17일 교육과학기술부 및 국세청 1급 공무원 11명의 전원 일괄사표 제출이 고위공무원단 ‘물갈이' 사전작업이라는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해당 부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사실상 대대적인 공직사회 개편을 예고했다.

청와대는 자리가 비어있는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에 이주호 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을 임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호 전 수석은 대입자율화와 경쟁체제 도입등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직접 만들고 추진했던 핵심 참모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전 수석에 대한 교육부 일부의 반발과 전교조 등 사회단체들의 항의가 거세져, 이 전 수석의 투입이 자칫 보수-혁신 논쟁으로 번질 경우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판단아래 아직은 신중한 입장이다.

교육과학기술부 및 국세청 공무원 전원 일괄사표 제출에 대해 청와대는 “관련 수석실에서도 잘 몰랐던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그 문제는 부처 차원에서, 장관의 책임과 판단 아래 일어난 일"이라며 “특정 부처의 일부 공무원들이 사표를 낸 것을 놓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 대변인은 “최근에 교육부에서 일이 많지 않았나"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듣기에 따라서 ‘교과서 파동' 등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한데 대한 징계성 인사라고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다만 이 대변인은 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르자 “여태까지 김도연 전 장관의 특별교부금 문제를 포함해서 교육부가 사회적 논란을 야기했던 일들이 이번 일에 영향을 준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 것일 뿐"이라며 “그런 점(교과서 파동)이 직접적인 원인이란 얘기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청와대는 이 문제와 관련해 더 이상 코멘트할게 없다"며 “분명히 말하지만 이 문제를 일반화시켜서 ‘청와대가 부처 고위공무원단을 어떻게 하려한다'고 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공직사회 상층부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 움직임에 본격적인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아침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공직사회 물갈이가 주요하게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 정부 10년간 정부 정책을 주도했던 인사들이 이명박 정부에도 그대로 남아있어 정책 추진이 힘들다"면서 "통치이념이 바뀌면 물러나는게 도리"라고 말했다.

국무총리실도 ‘물갈이론'을 경계하긴 마찬가지였다.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총리실에서 정부부처에 1급 이상 고위공무원으로부터 사표를 받으라는 지시 한 적 없다"며 “총리실 소속 1급 이상 고위공무원단은 사표를 제출하라는 말을 듣지 못했으며, 총리실이 부처에 그런 지시를 하지도 않았다"고 단언했다.

외교통상부도 ‘물갈이론'을 일축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내년 초 고위공직자들을 포함한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정황상 현 시점에서 사표를 제출하는 사례는 드물다"며 “어느 누구도 사표를 제출하도록 종용한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통일부는 불안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이명박정부가 출범하면서 존폐 위기 속에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인적쇄신론이 거론될 때마다 우선순위로 꼽혔던 부처이기 때문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통일부 내에서 사표를 제출한 사람은 없다"면서도 “통일부가 개각 대상 부처로 자꾸 거론되고 있어 내부적으로는 뒤숭숭한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정부측의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 1급 공무원들의 사표 제출이 공직사회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뿌리 깊은 불신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연초에 청와대 조직개편 및 개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개혁 정책에 미온적인 자세를 보였던 고위공무원단을 갈아치우려 한다는 시각이다.

‘물갈이론'을 경계하는 정부측의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관가의 뒤숭숭한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