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업장 44% "근로시간 단축으로 공사일정 차질"
건설사업장 44% "근로시간 단축으로 공사일정 차질"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8.12.1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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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철도, 특히 영향 커…현장 운영시간 감소 탓
공사기간 부족 사업 절반은 기한 연장 가능성도 낮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발주자 유형별 건설사업의 영향 유무(단위:개).(자료=건산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발주자 유형별 건설사업의 영향 유무(단위:개).(자료=건산연)

국내 건설사업장의 약 44%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공사기간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된 원인은 현장 운영시간이 줄었기 때문인데, 지하철과 철도 사업이 특히 많은 영향을 받고 있었다. 공기 부족이 우려되는 사업장의 절반 가량은 사업 기간을 연장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1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 '건설현장 실태조사를 통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의 영향 분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진행 중인 건설사업의 44%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공사기간 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산연이 국내 3개 기업이 현재 수행 중인 건설사업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 109개 사업 중 48개 사업(44.0%)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인해 기존 계약된 공사기간을 준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유형별로는 토목사업 77개 중 34개(44.2%)가 공기 부족을 겪고 있고, 건축사업 32개 중에는 14개(43.8%) 사업이 공기 부족을 예상했다.
 
지하철 사업과 철도 사업은 근로시간 단축 영향이 특히 큰 것으로 분석됐다. 지하철 사업은 11개 중 9개가, 철도사업은 14개 중 11개가 공기 부족을 경험하고 있었다.

발주자 유형별로는 63개 공공사업 중 26개(41.2%)를 비롯해 13개 민자사업 중 8개(61.5%), 32개 민간사업 중 13개(40.6%)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공사기간 부족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인한 공기 부족은 현장 운영시간의 변화가 주된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후 주 평균 현장 운영시간은 기존 60시간에서 57.3시간으로 2.7시간 단축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공기 부족이 예상되는 48개 사업은 현장 운영시간이 기존 62.6시간에서 59.1시간으로 3.5시간 줄었다.

근로시간 단축 영향 조사 사업장의 공기 연장 가능성(단위:개).(자료=건산연)
근로시간 단축 영향 조사 사업장의 공기 연장 가능성(단위:개).(자료=건산연)

문제는 이 같은 공기 부족 현상에도 불구하고, 상당 수 사업이 공사기간을 연장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48개 공기 부족 사업 중 약 45.8%인 22개 사업에 대해 공기 연장 가능성이 낮다고 예상했다. 아파트 사업의 경우 7개 공기부족 예상 사업 중 6개 사업이 공기 연장 가능성이 낮았고, 오피스텔은 3개 사업 모두 기존 공사일정에 맞춰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산연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건설현장 공정관리를 위해 탄력근로제와 같은 유연한 근무시간 적용이 필요하지만, 노사 합의 문제 등으로 적용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탄력근로제는 취업규칙 2주, 노사합의 3개월로 규정하고 있지만, 노사합의 3개월의 경우 근로자와 합의한 시점에서 계획한 3개월 단위의 근로자 업무가 변경되면 계획 변경 후 재합의가 필요하다.

최수영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주 52시간 근무제의 효율적인 적용을 위해서는 대상이 되는 공사를 계속공사와 신규공사, 그리고 공공공사와 민간공사로 구분해 적용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