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부는 현대카드, 400명 '인력감축' 시동
칼바람 부는 현대카드, 400명 '인력감축' 시동
  • 성승제 기자
  • 승인 2018.11.07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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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현대카드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수익성 하락에 따른 인력 감축 추진은 불가피할 전망된다. 카드업계에서는 현대카드를 시작으로 구조조정 바람이 카드사 전업계에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올 상반기 외부 컨설팅업체로부터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를 받았다. 구체적인 인원은 내부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약 4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 숫자가 사실이라면 현대카드는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인력을 내보내게 된다. 현재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의 정규직 규모는 4000여명이다.

외부 컨설팅의 인력감축 권고는 현대카드가 추진하는 ‘디지털 혁신’ 경영방침과 맞물려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회사의 정체성을 기존 신용카드 업무가 아닌 머신러닝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데이터 사이언스'에 초점을 맞추고 체질 변화를 추진해왔다.

이 때문에 현대카드는 기존 인력을 줄이는 대신 디지털 인력 확충에 열을 올렸다. 실제 지난해 디지털 관련 인원은 140명에서 350여명으로 대폭 늘렸고 앞으로 500명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디지털 인력의 인건비다. 기존 일반직원보다 인건비가 두 배가량 높다는 것이 카드업계의 전언이다. 결과적으로 디지털인력 150명을 충원하려면 300명의 일반 직원을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다.
 
다만 디지털 혁신은 명분일 뿐 속내는 가맹점수수료 하락 등 수익하락이 원인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대카드는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774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0.8% 감소했다. 사실상 반 토막인 셈이다. 올 3분기 실적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상당히 줄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관련 현대카드 관계자는 “매년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매년 컨설팅업체에 의뢰해 조사결과를 받아보고 있는데 여기에서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포함됐다”면서 “그렇다고 (컨설팅업체의) 의견을 모두 받아들인다는 뜻은 아니다. 그간 인위적으로 인력감축을 한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인력감축을 추진한다면 퇴직자의 창업을 지원하는 ‘CEO플랜’을 통해 체계적인 절차를 밟아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카드업계에서는 이번 구조조정을 카드 수수료 인하 후폭풍에 따른 대규모 인력감축의 신호탄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 여파로 매년 실적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신한카드·삼성카드·KB국민카드·현대카드·비씨카드·하나카드·우리카드·롯데카드의 전체 순이익은 96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31.9%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부터 서울페이 등 지자체 발급카드도 출시될 예정이어서 카드업계 시장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내부 분위기도 사실 (현대카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수익개선을 위해 직원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정부 규제가 심해져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ban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