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안 처리 합의 앞두고 진통
국회, 예산안 처리 합의 앞두고 진통
  • 전성남기자
  • 승인 2008.12.0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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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회담장 점거…여야 원내대표회담 ‘불발’
새해 예산안 처리 합의를 위한 8일 여야 원내대표 회담이 민주노동당의 항의 시위로 불발됐다.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영, 선진과창조모임 권선택 등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당초 이날 오후 2시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담을 열고 1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작성할 예정이었으나 민노당이 회의실을 점거하는 바람에 회의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강기갑 대표 등 민노당 의원들은 회담 시작 시간인 오후 2시께 회담장에 들어와 종합부동산세 인하 방침 등 감세 정책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교섭단체간 예산안 사전 합의에 항의했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이 과정에서 “국회법에 따른 교섭단체 회담을 못하게 할 수는 없다.

무슨 깡패집단인가”라고 거칠게 항의하며 회의장을 빠져나와 본회의장으로 향했고, 권선택 선진창조모임 원내대표도 회담장을 나가면서 3개 교섭단체 회담 자체가 성사되지 못했다.

민노당 강기갑 대표와 당직자들은 회담장에 남아 ‘서민말살 예산 반대’ ‘재벌특권층위한 감세법안 반대’ 등의 피켓을 들고 연좌농성을 벌였다.

이후 회담장에 도착한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와 서갑원 부대표는 민노당 강기갑 대표 등과 만나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얘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원혜영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예산안을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당연히 처리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처음부터 대화나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며 “‘차악’도 아니고 ‘차차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강기갑 대표는 “이번 예산은 부자들의 곳간을 채워놓는 예산”이라며 “민주당이 입장을 바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 확실한 소리를 내어야 한나라당이 정신을 차릴 것이 아니냐”고 호소했다.

한나라당은 앞으로 민노당의 무력저지를 막기 위해 비공개로 원내대표 회담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나, 민노당은 예산안 처리 합의를 저지하기 위한 원내·외 투쟁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 핵심당직자는 “(예산안) 12일 처리가 합의된 것이기 때문에 기정사실화된 것이며 (조만간)만나서 논의할 것”이라며 “앞으로 회의는 비공개로 운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이날 여야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회담을 열어 김형오 국회의장의 중재로 지난 주말 의견 접근을 이뤘던 새해 예산안의 12일 처리 합의안에 서명할 예정이었다.

한편,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한나라당 이한구 국회 예결특위위원장은 이날 중 각 정당에 증액 요구 예산을 제출해달라고 통보했고, 정부가 이를 취합해 증액 소소위 개최 전에 검토의견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소소위는 10일까지 자체 결론을 도출한 뒤 소위에 이를 보고하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은 쟁점은 소위에서 추가 논의를 진행한 뒤 11일 소위 차원의 의결을 거칠 계획이다.

또, 12일 오전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하고 오후 본회의로 넘겨 내년 예산안을 최종 처리한다는 일정표를 세워놓고 있다.

한편 소위는 이날까지 1차 감액심사를 끝내고 가급적 증액 심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