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일가족 4명 참변…용의자는 손녀의 '전 남친'
부산 일가족 4명 참변…용의자는 손녀의 '전 남친'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10.2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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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4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의심받는 30대 남성이 24일 오후 범행장소인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에 범행도구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들어 들어가는 장면이 아파트 CCTV에 잡혔다.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일가족 4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의심받는 30대 남성이 24일 오후 범행장소인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에 범행도구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들어 들어가는 장면이 아파트 CCTV에 잡혔다.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부산에서 발생한 일가족 살인사건은 손녀와 교제하다 헤어진 남성이 앙심을 품고 저지른 것으로 추정됐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5일 부산 사하구 장림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는 박모(84·여)씨와 박씨의 아들 조모(65)씨, 며느리 박모(57)씨, 손녀 조모(33)씨 등 4명의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또 현장에는 용의자로 추정되는 30대 남성도 작은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경찰은 이 남성의 신원을 손녀 조씨의 전 남자친구인 신모(32)씨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경 신씨 부모님 집에서 한 달간 동거하다가 경남 양산에 전세방을 구해 올해 8월까지 조씨와 함께 살다가 헤어졌다.

조씨와 신씨는 매우 각별한 사이였던 것으로 보인다. 조씨 가족들은 이웃들에게 신씨를 '사위'라고 소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조씨와 헤어진 뒤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신씨는 치밀한 계획을 세워 범행을 저질렀을 것으로 추측된다.

경찰은 범행 전 신씨가 집에서 컴퓨터로 아파트 일대 방법용 CCTV 위치를 확인하고 전기충격기 사용방법 등을 검색한 기록을 확보했다.

신씨의 끔찍한 계획은 참혹한 범죄로 이어졌다.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결과 신씨는 24일 오후 4시 12분께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하고 큰 가방을 든 채 아파트로 들어왔다.

해당 가방에는 둔기와 흉기를 비롯해 전기충격기, 신씨가 자살할 때 쓴 도구 등 56종의 물품이 발견됐다.

신씨 침입 당시 집에 조씨의 아버지는 집에 머물던 상태였다. 이후 1~2시간 뒤 어머니와 할머니가 귀가했다.

신씨는 집안에 들어온 사람을 순차적으로 살해한 뒤 화장실에 옮기고 비닐, 대야 등을 덮어 놓으며 시신을 정리했다.

이후 조씨가 25일 자정께 집에 도착했다. 신씨는 다른 가족과 달리 조씨를 살인하는 데는 잔인한 수법을 동원했다.

조씨의 목을 조르기도 하고, 사전에 챙겨온 둔기와 흉기 모두를 이용했다. 현장에서는 피가 묻은 전기충격기도 발견됐다.

범행을 마친 그는 오랜 시간 시신과 함께 있다가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관측된다.

신씨는 범행 다음 날인 25일 오전 9시 50분께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당시 신씨는 질소가스통을 인근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에서 가지고 올라갔다.

경찰은 "두 사람이 헤어지면서 신씨가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떤 연유인지는 추가 수사를 통해 밝힐 예정이다. 두 사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정확한 사건 규명을 위해 시신을 부검하는 한편, 현장에서 확보된 휴대전화 등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 수사와 주변인 탐문 조사 등도 실시할 계획이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