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첫 출동 30분 뒤 참변…PC방 살인 사건의 재구성
경찰 첫 출동 30분 뒤 참변…PC방 살인 사건의 재구성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10.2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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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원, 사건 신고녹취록 공개…첫 신고자는 김성수 동생
경찰이 돌아간 뒤 돌아와 범행…"대응 매뉴얼 다시짜야"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 앞 흉기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아르바이트생을 추모하는 공간에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 앞 흉기 살인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아르바이트생을 추모하는 공간에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PC방 사건 당일 신고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다급했던 그날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22일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경찰청에서 입수한 당시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당일인 지난 13일 오전 7시38분 처음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피의자 김성수(29)의 동생. 그는 "아니, 일을 크게 키워"라고 말문을 열고 "누가 손님에게 욕을 하고 있다. 말싸움이 붙었다"면서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게임하고 있었는데 이거 닦아달라고 손님이 얘기를 했더니 인상을 팍 쓰면서 말싸움이 붙었는데 욕설하고 이러니까…"라며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7시42분 PC방 아르바이트생 신모(21)씨도 경찰에 신고전화를 했다. 신씨는 "손님이 계속 와서 욕설하고 하거든요"라고 말하다 "잠시만요. 경찰 오셨네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7시43분. 경찰은 현장에 도착해 김씨 형제와 신씨가 불친절을 이유로 시비가 붙었다는 상황설명을 듣고 다툼을 말린 뒤 약 15분 만에 철수했다.

하지만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경찰청에는 다급한 신고 전화가 잇따랐다.

첫 번째로 경찰에 연락한 시민은 "PC방인데 지금 싸움 났어요. 빨리요, 피나고"라고 설명하며 다급한 목소리로 "빨리 와주세요"라는 말을 네 번이나 반복했다.

이후 두 번째 시민도 경찰에 "지금 칼 들고 사람을 찌르고 있거든요. 저희는 지나가다 봐서 신고하는 거거든요. 지금 계속 찌르고 있으니까 빨리 와야돼요"라고 요청했다.

이에 경찰은 "누가요?"라고 되물었으나 신고자는 "빨리 오시면 돼요, 그냥"이라며 상황의 긴박함을 강조하며 경찰은 재촉했다.

경찰은 8시15분 다시 현장에 도착했다. 첫 번째 시민의 신고가 접수된 지 2분 만이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참변이 벌어진 후였다.

김씨는 경찰이 돌아간 뒤 곧장 집에서 흉기를 가져와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신씨를 여러번 찔렀다. 신씨는 병원에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강 의원은 7시43분에 처음 현장에 도착했던 경찰이 자리를 뜨지 않았다면 30분 뒤 살인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을 내놨다.

강 의원은 "30분 사이에 한 젊은이가 목숨을 잃는 참담한 사건이 발생했다. '구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하는 안타까움에 국민들도 공분하고 있다"면서 "경찰은 이번 사건과 같은 전형적인 분노 범죄를 막고 선량한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을 다시 짜야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1차 출동 때 김씨 형제와 신씨가 불친절을 이유로 시비가 붙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뿐 체포나 임의동행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김씨가 살해 협박이나 흉기소지 등이 포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를 체포하거나 동행을 강요할 어떤 단서도 없었기 때문에 체포는 더더욱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한 전문가는 "경찰이 현장에서 협박자의 전과 등을 확인해 대응할 필요가 있는데 이같은 조치가 미흡했다"면서도 "현행법상 지구대·파출소 직원이 초동조치시 민간인의 범죄 경력을 확인하는 등 현실적으로 경찰의 대응능력을 떨어지게 하는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