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67% "대체형벌 있다면 사형제 폐지 찬성"
우리나라 국민 67% "대체형벌 있다면 사형제 폐지 찬성"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8.10.1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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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 당장 폐지' 4.4%, '향후 폐지' 15.9%
대체로는 사면·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
사형집행 교도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집행자'의 한 장면. (사진=영화 '집행자' 스틸컷)
사형집행 교도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집행자'의 한 장면. (사진=영화 '집행자' 스틸컷)

우리나라 국민 67%는 사형을 대체할 만한 형벌만 있다면 사형제를 폐지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0일 세계사형폐지의 날을 맞아 개최하는 '세계사형폐지의 날 기념식 및 토론회'를 앞두고 사형제도 폐지 및 대체 형벌에 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아주대 산학협력단(한영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지난 8월20일부터 28일까지 전국 20대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95% 신뢰 수준·오차범위 ±3.1%포인트)로 진행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체 형벌 도입을 전제로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차이는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사형제도 찬반을 물었을 때 '사형제도를 당장 폐지하자'는 비율은 4.4%, '향후 폐지하자'는 비율은 15.9%로 높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대체 형벌이 도입될 경우를 전제로 한 경우 '사형제도 폐지에 동의한다'는 비율이 66.9%로 높아졌다. 법 제도에 따라서 사형제도의 유지·폐지에 대한 의견도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형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형별로는 사면이나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징벌적 손해배상이 82.5%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절대적 종신형(78.9%), 무기징역(43.9%), 상대적 종신형(38.0%) 등의 순이었다.

사형제도 폐지 찬성 이유(중복응답)로는 '오판의 가능성이 있어서'(22.7%), '국가가 인간의 생명을 빼앗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17.7%),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서'(14.3%) 등이 나왔다.

국가가 사형제도 폐지를 결정할 경우에는 '국가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 답한 비율이 45.5%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소극적(37.0%)이든 적극적(10.5%)이든 반대 의사를 나타내겠다는 의견(47.5%)도 만만치 않았다.

사형제 폐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5년 전보다 사형제를 유지하자는 의견이 더 높게 조사된 점도 주목할 만 했다.

사형제도를 유지하되 선고나 집행에 신중하자는 의견은 59.8%로 2013년(57.6%)보다 2.2%포인트 올랐다. 더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은 2013년 8.3%에서 2018년 19.9%로 11.6%포인트나 뛰었다.

사형제도 유지 찬성 이유(중복응답)로는 '흉악 범죄가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23.5%로 가장 많았으며 '다른 범죄자들의 범죄를 억제할 수 있기 때문', '피해자 및 유족에게 고통을 준 것에 대한 벌을 받아야 하기 때문' 이라는 응답도 각각 23.3%, 22.7%였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실태조사와 토론회 결과를 참고해 사형제도 폐지와 대체 형벌에 관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정책 검토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달 10일 △사형 집행 금지 △사형폐지를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 등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 가입을 정부에 권고했다.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