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저유소 화재 원인 '미궁'…"추정조차 안돼"
고양 저유소 화재 원인 '미궁'…"추정조차 안돼"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10.0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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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송유관공사 "화재 원인, 뭐라 말한 단계 아냐"
8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공사 관계자들이 화재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 공사 관계자들이 화재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가 중요 기간시설 중 하나인 경기 고양시 저유소에서 발생한 휘발유 탱크 화재의 원인이 미궁에 빠졌다

관계 당국은 화재를 완전히 진화한 8일 오전 4시께 합동 현장감식에 들어갔지만 화재 원인을 추정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10시56분께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고양저유소)의 휘발유 탱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고양 저유소에는 대형 휘발유 저장탱크 14개를 포함해 지하 1개, 옥외 19개 등 총 20개의 저장탱크가 있다.

불이 난 곳은 옥외 유류 저장탱크로, 440만L의 기름이 들어있었다. 불이 모여 있던 다른 옥외 저장탱크로 옮겨 붙었으면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17시간 만인 이날 오전 3시58분께 불길을 잡는데 성공했다. 소방당국은 화재 현장에 유류 화재용 폼액 등을 투입해 불을 질식 진압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진화작업이 완료되자 관계 당국은 합동 현장감식에 들어갔다. 오전 11시께 관계자들이 회의를 거쳐 오후 12시 40분부터 현장감식을 시작했다.

현장감식은 설비 결함이나 기계적 오작동이 있었는지 여부와 다른 외부적인 요인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 폭발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집중됐다.

그런데 당초 2시간 30분에서 3시간가량 진행될 예정이던 합동감식은 약 1시간 만에 끝났다. 화재로 인한 강한 열기로 현장 훼손이 워낙 심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로써는 이번 화재에 대해 추가 합동 감식 계획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화재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심지어 원인을 추정할 수 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화재에 대한송유관공사 측도 당황스러움을 표하고 있다.

당초 공사는 2015년부터 경인 지사의 안전관리 시설 투자에 공을 많이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마다 150억원 가량을 투입해 낡은 송유관 교체와 탱크 주변 배관 등을 교체했고, 11년마다 탱크를 개방, 탱크 내 부식 등을 점검했다.

또 가스안전공사로부터 2년마다 정기 안전점검, 공사 자체적으로 1년마다 한번씩 탱크 안전점검도 실시했다.

올해 6월에도 자체 안전점검을 벌였고, 추석 직전에도 추가 안전점검을 벌여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게다가 당일 불이 난 탱크는 운영되지 않았고 탱크와 관련된 작업도 없었는데 갑자기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조영완 대한송유관공사 팀장은 "창사 27년 이래 탱크 폭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현재로써는 화재 원인에 대해 뭐라 말한 단계가 아니다"고 전했다.

그는 감독 소홀 의혹이나 저유소 주변 고속도로 공사 현장의 발파작업 원인 가능성, '폼 액 원격 반자동 분사 시스템'의 오류 등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우선 조 팀장은 평소 탱크 주변은 무인 시스템이더라도 직원들이 수시로 순찰을 돌고 있고, 상황실의 많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통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며칠간 하루 평균 3회 정도 이뤄진 발파작업으로 인해 탱크 내부 진동 등으로 불이 날 가능성을 열어놓고는 있으나 이로 인한 영향은 거의 없다고 추정했다.

시스템 오류에 대해서는 직원이 CCTV로 확인 후 곧바로 소화설비를 작동 시켰고, 불인 난 탱크 안쪽에 소화설비 2기는 정상 작동했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갑자기 발생한 화재에 원인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자 공사 측도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외부적 요인이 없다면 전기 스파크 등 내부적 시스템 결함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처럼 현실적으로 진화 방법이 없는 시설에서는 '예방'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형 유류 저장시설에서 불이 난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나, 재발 방지를 위해 시설에 대한 체계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편, 이번 화재로 총 180만ℓ의 기름이 다른 탱크로 옮겨졌고, 260만ℓ는 연소됐다. 다른 탱크로 옮겨진 기름은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고, 43억5000만원에 달하는 재산피해액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고양 저유소는 수도권에 석유를 공급하기 전에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곳으로 주요 국가기반시설 중 하나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