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늪 '지방 주택시장'…건설사, 분양계획 잡고 속앓이
침체 늪 '지방 주택시장'…건설사, 분양계획 잡고 속앓이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8.09.2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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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 하락·미분양 적체에 신규 수요 창출 어려워
중소업체 "리스크 감당하느니 금융비용 지불이 안전"
충남 보령시에 걸린 분양 홍보 현수막(*기사 특정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사진=신아일보DB)
충남 보령시에 걸린 분양 홍보 현수막(*기사 특정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사진=신아일보DB)

서울 주택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며 연일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대책을 끄집어 내고 있는 것과 달리 지방 주택시장은 집값 하락과 미분양 적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올해 계획했던 분양물량을 미루고 미뤘지만 여전히 적절한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자금여력이 약한 중소건설사들 사이에서는 분양실패 리스크를 감당하느니 금융비용을 지불하면서라도 물량을 묶어두고 버티는 것이 낫다는 푸념섞인 얘기가 쏟아져 나온다.

26일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전국에서 예정된 아파트 분양물량은 총 13만409가구(임대 제외)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동기 6만9117가구의 2배 가까운 물량이다. 4분기 물량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연이어 쏟아진 정부 부동산 대책과 이에 따른 분양시장 불확실성 증대로 연초부터 3분기까지 계획됐던 물량이 대거 뒤로 밀렸기 때문이다. 사상 유례 없던 여름 폭염과 9월 추석연휴도 4분기 분양 쏠림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각종 악재로 인해 밀려난 분양 물량이 4분기에는 시장에 풀릴 수 있느냐다. 건설사의 얘기를 들어보면 연내 계획 분의 상당량은 다시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장기 집값 하락세와 미분양 적체가 심각한 지방에서는 분양 여건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감정원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방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9월부터 11개월 연속 하락세에 빠져있다.

2016년 한 때 과열우려까지 불러왔던 부산 아파트값은 11·3부동산대책 발표와 함께 상승폭이 줄다가 지난해 8·2대책 발표 후 9월 중순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지금까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호재로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이던 강원도 아파트값도 올림픽 시작을 몇 개월 앞뒀던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10개월 연속 하락세다.

조선업을 중심으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울산과 경상남도는 2016년 중반부터 아파트값 하락세에 빠져들었고, 주택시장에 이렇다할 호재가 없던 충청권은 이보다 훨씬 일찍부터 아파트값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4분기 수도권 및 지방 분양 예정 물량.(자료=부동산인포)
지난해와 올해 4분기 수도권 및 지방 분양 예정 물량.(자료=부동산인포)

더욱이 충남은 지난 7월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이 전국 최다인 3100여세대에 이를 정도로 공급과다 문제를 안고 있고, 경남과 경북도 각각 2200여세대와 1600여세대의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 주택시장에서 신규 수요 창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올해 4분기 분양 계획물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6만1000여가구가 지방 시·도에 예정돼 있어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A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연초만해도 올해 세 개 단지를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이 중 두 개 단지는 확실히 내년으로 밀렸고, 11월로 미뤄둔 한 곳도 분양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B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올해는 분양할 수 있는 단지가 한 곳도 없다"며 "자금 여력이 약한 중·소 건설사는 분양에 실패할 경우 회사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금융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분양시기를 늦추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편,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분양경기실사지수 조사를 통해 서울과 세종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지역에서 분양경기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