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6대3 의견… "국가배상청구권, 소멸시효보다 중요"
과거사 사건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에 민법상 소멸시효를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지는 국가가 오히려 국민에 대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일반적인 국가배상청구권과 달리 특별히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는 30일 이모씨 등이 소멸시효제도를 규정한 민법 166조 1항 등이 과거사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에도 적용되는 것은 위헌이라면 낸 헌법소원사건 등 9건에 대해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번 재판에서 헌재는 과거사정리법에 규정된 사건들에 대해 일반적인 소멸시효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피해자 등이 진실규명 결정 또는 재심판결 확정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국가배상을 청구한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헌재는 "국가가 국민에 대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이는 사인간 불법행위나 일반적인 국가배상사건과 근본적으로 다른 유형"이라면서 "국가배상청구권의 시효소멸을 통한 법적 안정성 요청이 과거사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을 희생할 정도로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국가가 불법적으로 민간인을 집단 희생시키거나 장기간 불법구금·고문 등에 의한 허위 자백으로 유죄판결을 내리고 사후에도 진상규명을 방해했는데도 그 불법행위의 시점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삼는 것은 손해배상제도의 지도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가 현재까지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채무를 변제하지 않은 것이 명백한 사안"이라면서 "이는 '채권자의 권리 불행사 제재 및 채무자의 보호가치 있는 신뢰 보호'라는 입법취지도 제한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청구인 중 하나인 이씨는 1985년 경찰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법체포된 뒤 고문 등 가혹행위로 허위 자백을 해 법원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씨는 만기출소 후 과거사정리법에 따라 2007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뒤 지난 2009년 9월16일 형사보상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뒤 소송을 냈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패소했고, 헌법소원을 냈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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