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무죄'에 논란 일파만파… '미투' 분수령되나
'안희정 무죄'에 논란 일파만파… '미투' 분수령되나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08.1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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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판결에 "장난하나" vs "희생자였다" 의견분분
미투운동에 악영향 우려도… "피해자들 좌절할 것"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진=연합뉴스)
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진=연합뉴스)

'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재판 결과를 두고 여론은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과 처음부터 안 전 지사가 희생자였다는 의견으로 나뉘어 열띤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판결이 올해 초부터 한국을 휩쓴 '미투 운동'과 관련한 첫 번째 주요 재판이었던 만큼 앞으로의 미투 운동에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무죄? 장난하나" vs "안희정도 희생자"… 들끓는 여론

"다음과 같이 선고합니다. 피고인은 무죄. 무죄 판결이 선고됐습니다."

14일 오전 10시30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에서는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선고기일이 열렸다.

재판부는 "위력, 간음, 추행 상황에서 피고인이 위력을 행사했다거나 피해자가 제압당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안 전 지사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결론을 말하자 일순간 정적이 맴돌다 방청석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눈물을 쏟는 방청객도 드문드문 보였다.

침묵도 잠시, 법정은 곧 시끄러워 졌다. 한 여성이 "이거 너무한다 진짜"라고 재판부를 향해 소리 질렀고, 이내 "어이가 없다", "이 나라에는 정의가 없다!"는 등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반면 "지사님 힘내요" 등 안 전 지사와 재판부를 옹호하는 외침도 곳곳에서 들렸다. 이에 법정 경위들은 한 동안 법정 내를 안정시키려고 애를 써야겠다.

온라인도 즉각 뜨겁게 반응했다. 온라인에서는 무죄에 납득하지 못하고 안 전 지사를 비난하거나, 안 전 지사를 옹호하는 네티즌들로 나뉘어 공방전이 벌어졌다.

무죄를 납득하지 못하는 네티즌들은 "안희정 무죄? 장난하나",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구나", "불륜이나 성폭행이나 비도덕적인 일에 대한 책임을 물어라" 등 답답함을 호소했다.

안 전 지사를 옹호하는 네티즌들은 "안희정을 좋아하지 않지만 올바른 판결로 보인다", "결국 안희정도 미투 희생자였네", "김지은씨를 무고죄로 넣어라"라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 핵심 가해자 무죄… '미투 운동' 분수령되나

이런 가운데 이번 재판이 앞으로의 '미투 운동'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안 전 지사는 올 상반기 우리나라를 강타한 미투 운동으로 지목된 가해자 중 가장 거물급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지현 검사의 용기있는 폭로로 촉발된 미투 운동은 김씨가 안 전 지사에 대한 폭로를 내놓으면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용기 있는 폭로들이 잇따랐고, 그간 성범죄를 눈감아온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큰 계기가 됐다. 지위·권력을 가진 이들의 '갑질'에 경고를 날리는 효과도 봤다.

그러나 점차 부작용도 커졌다. 미투 운동은 한쪽의 주장에 의해 타인을 범죄자로 낙인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미투 운동의 무차별적 폭로에 따른 '무고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투 가해자'로서 첫 재판을 받은 안 전 지사가 일단 법적 책임을 면하게 되면서, 미투 운동의 동력이 급속도로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많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대표는 이날 판결에 대해 "권세나 지위를 가진 사람이 소위 말하는 갑질을 성적으로 휘두르는 것을 법원이 인정한 격"이라며 "미투 운동이 굉장히 위축될 것이고, 이 판결을 기다린 많은 사람을 좌절시킨 꼴"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