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장 면세점 검토…업계, 엇갈린 반응
입국장 면세점 검토…업계, 엇갈린 반응
  • 김견희 기자
  • 승인 2018.08.14 12: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매한도 있어 결국 '제로섬 게임' 될 것"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T2)의 출국장 면세 구역. (사진=김견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여행객 편의 증대와 신규 소비 창출을 이유로 공항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주문한 가운데 면세업계에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신규 소비를 창출하고 경기활성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출국장 면세점 매출이 줄어들어 결국 '제로섬 게임'이 될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14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서 "혁신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경제와 국민 생활에서 크고 작은 불합리와 불평등을 바로 잡는 것"이라며 "입국장 혼잡 등 부작용 대응방안을 포함해 면세점 도입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밝혔다.

입국장 면세점은 해외에서 출발한 내·외국인이 국내 공항에 도착해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내국인들의 해외 소비 일부를 국내 소비로 전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해외여행객이 시내나 공항 면세점에서 산 상품을 여행 기간 내내 휴대하는 불편을 줄일 수 있고, 가전제품 등 부피가 큰 제품 판매도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 면세점 업체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는 금액 한도가 정해져있는 상황에서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하는 것은 신규 소비를 창출하는 것보다 경쟁을 부추기는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입국장 면세점 도입보다 입국 인도장을 설치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하려면 관련 법안 발의부터 시작해서 입찰 공고 등 여러가지 절차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입국 인도장은 기존에 있는 인도장을 증설하고 물류센터 등 시스템을 강화하고 조금 더 안정화 시키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 면세점 소비를 창출하려면 오히려 면세점 구매 한도를 지금보다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 면세품 구매 한도는 1인당 600달러로 제한돼 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1800달러이며 중국은 1165달러인데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반면 중견·중소기업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입국장 면세점의 경우 짐을 찾는 수하물 수취지역에 생겨 출국장 면세점 보다 규모가 협소할 수밖에 없어 출국장 면세점에 비해 투자 부담이 덜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제1여객터미널 수하물 수취지역 380㎡와 제2여객터미널 수하물 수취지역 326㎡가 있는데, 기존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 1만7074㎡와 비교하면 면적이 좁다.

또 문 대통령이 보좌관회의 당시 “중견ㆍ중소기업들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제시한 만큼 입국장 면세점 도입이 중견중소 면세사업자들에겐 기회가 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중견·중소업체들이 해외브랜드 유치와 운영 능력 등 타 면세점과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고, 또 공간이 협소해 짐을 찾는 여행객의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편 입국장 면세점은 현재 전세계 71개국, 135개 공항에서 운영되고 있다. 가까운 나라 중국 베이징국제공항과 일본 도쿄나리타국제공항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peki@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