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폭염에 사람·가축·작물 한반도 '몸살'
살인적인 폭염에 사람·가축·작물 한반도 '몸살'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8.08.0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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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밑바닥 드러내… 가축·어류 '떼죽음'
2일 오후 전남 나주시 다도면 나주호가 최근 폭염과 가뭄이 겹쳐 저수율이 24%까지 급감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2일 오후 전남 나주시 다도면 나주호가 최근 폭염과 가뭄이 겹쳐 저수율이 24%까지 급감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국가 재난에 준하는 '살인적 폭염'에 사람, 가축, 작물 할 것 없이 한반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로 온열질환자 발생 건수가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빠르게 번지는 녹조에 식수원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비까지 적게 내려 논과 밭도 타들어 가고 있다. 축·수산 농가도 연일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는 양식어류·가축 폐사를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8일 낙동강유역환경청과 지자체 등에 따르면 낙동강 하류 지역의 녹조가 빠르게 번지면서 지난 6일 기준 남조류 개체 수가 물금취수장 주변 8만8200cell/㎖, 매리취수장 주변 6만1200cell/㎖로 확인됐다.

지난달 31일에 조사했을 당시 수치가 물금취수장 7686cell/㎖, 매리취수장 8856cell/㎖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 일대 녹조가 불과 일주일 새 10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충청권 식수원인 대청호에서도 녹조가 급속히 확산 중이다. 지난달 30일 측정된 대청호 문의수역의 남조류 개체 수는 5874cell/㎖로 보름 전보다 6∼7배가량 불어났다.

전남 나주 영산강의 경우는 죽산보의 수질이 '관심'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됐다. 남조류가 2주 연속 1000cells/㎖를 넘어설 때 '관심', 1만cells/㎖ 이상이면 '경계', 100만cells/㎖를 넘어서면 '대발생' 경보가 발령된다.

극심한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폐사한 가축 피해도 전날까지 전국에서 455만7000마리에 이른다.

이 중 밀집 사육 등으로 더위에 취약한 '닭'이 428만4000마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폐사한 닭  631만9000마리의 70%에 육박하는 수치다.

닭에 이어 오리 25만5000마리, 돼지 1만8000마리 등 순으로 집계됐다.

가축 피해가 날로 커지자 농가에서는 돈사와 계사에 물을 뿌리거나 선풍기를 24시간 가동해 열기를 식히는 등 가축관리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천에서 폐사한 물고기 100여마리가 발견돼 시가 원인 조사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천에서 폐사한 물고기 100여마리가 발견돼 시가 원인 조사에 나섰다.

무더위에 바다와 인접한 인접한 육상양식장에서도 고수온과의 사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반도 주변 바다의 수온은 28∼29도를 오르내리고 있는데 수온이 28도 이상 장기간 지속하면 전복, 넙치, 우럭 등 '온대성 양식생물'의 대량 폐사가 우려된다.

실제로 전날까지 행정안전부에 집계된 전국의 양식어류 폐사 피해는 100만7000마리에 이른다.

전남에서는 올 여름 들어 고흥 1개 어가 넙치 1만6000마리, 함평 1개 어가 돌돔 19만마리, 장흥 3개 어가 넙치 25만마리 등 모두 45만6000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 기장군에서도 지난 1~3일 육상양식장 5곳에서 넙치 1만6000여마리, 강도다리 4000여마리 등 2만여 마리가 폐사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비까지 적게 내려 논밭이 갈라지고 저수지가 말라가는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농업용 저수지인 나주호는 무더위와 가뭄으로 인해 호수의 절반가량이 말랐고, 물이 남아있는 곳도 거의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이다.

나주호의 저수율은 이날 현재 23%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는 평년의 40% 수준이다.

현재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3400여개의 전국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58.2%다.

특히 전남(48.2%)이 심해 '심각' 단계이며, 경기(57.6%)·충남(54.2%)·전북(58.2%)은 '경계', 충북(63.4%)·경북(66.3%)·경남(63.4%)·제주(69.2%)는 '주의' 단계다.

행정안전부·농식품부·환경부·기상청의 '8월 가뭄 예·경보안'에 따르면 전국 농업용 저수지의 저수율은 66%로 평년(73%)의 90%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고아라 기자

ar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