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물폭탄'… 강릉 시간당 93㎜ 폭우로 피해 속출
폭염 속 '물폭탄'… 강릉 시간당 93㎜ 폭우로 피해 속출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8.08.0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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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253㎜·속초 274㎜…KTX 대합실 침수 등 소동 빚어
"고온의 서풍과 습기 머금은 동풍이 백두대간서 충돌"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6일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 인근 진안 상가의 상인이 참수된 상가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6일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 인근 진안 상가의 상인이 참수된 상가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연일 푹푹 찌는 폭염 속에서 6일 강원 영동지역에 시간당 최고 93㎜의 물폭탄이 쏟아져 주택·시설물 침수 등 피해가 속출했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부터 이날 오전 11시까지 강수량은 속초 274.3㎜, 속초 설악동 261㎜, 강릉 강문 253㎜, 고성 현내 180㎜, 강릉 155.5㎜, 양양 154.5㎜, 고성 간성 147㎜ 등이다.

특히 강릉지역에서는 이날 오전 3∼4시 사이 시간당 93㎜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집중해서 발생했다. 시간당 93㎜는 2002년 8월 31일 태풍 '루사' 당시 시간당 100.5㎜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이다.

짧은 시간동안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서 KTX 강릉역 대합실은 한 때 바닥이 침수되는 등 비 피해가 났다.

강릉역 KTX 직원들은 역사 안으로 들어온 물을 빼낸 뒤 입구에 모래주머니를 쌓는 등 빗물을 막고 배수 작업을 진행했다.

또 이날 강릉 도심의 일부 도로에서는 주차된 차량의 바퀴가 절반가량 잠길 정도의 폭우가 쏟아져 통행이 통제돼 혼잡이 빚어졌다.

강릉시는 엄청난 폭우에 피해가 속출하자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주민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바란다'는 안내 문자를 보냈다.

강릉뿐 아니라 속초 등 동해안 지역에서도 집중호우에 주택과 도로 침수 등 비 피해가 잇따랐다.

속초 설악산은 엄청난 비가 내리자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탐방로를 통제했다. 통제된 탐방로는 오색~대청, 백담~대청, 공룡 능선, 서부능선 등 고지대 20개 탐방로다.

대표적 저지대 탐방로인 울산바위, 비선대, 주전골, 백담사 등도 통제됐다.

호우경보가 내려진 강원 강릉에 시간당 93㎜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물바다로 변한 도심에서 차들이 서행하고 있다.
호우경보가 내려진 강원 강릉에 시간당 93㎜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물바다로 변한 도심에서 차들이 서행하고 있다.

이처럼 강원 영동지역에 쏟아진 시간당 93㎜와 최고 260㎜의 물폭탄은 기상청도 전날까지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 기상청은 영동을 비롯한 도 전역에 5∼5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기상청도 예측하지 못한 폭우의 원인은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대기 불안정에 의한 지형적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강원도는 백두대간을 기준으로 동쪽인 영동과 서쪽인 영서의 기후가 사뭇 다르다.

기상청은 연일 지속된 폭염이 몰고 온 고기압의 서풍과 많은 습기를 머금은 저기압의 동풍이 백두대간에서 충돌해 대기가 불안해졌고, 이로 인해 형성된 강한 비구름대가 폭우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즉, 서풍과 동풍의 충돌로 만들어진 강한 비구름이 백두대간을 넘지 못하고 영동지역에 머물면서 강한 비를 집중적으로 쏟아냈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대기 불안정으로 적지 않은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은 했으나 이렇게까지 비구름대가 발달해 기습 폭우로 이어질 줄은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은 앞으로 영동지역에 80mm의 비가 더 올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양양·강릉·속초·고성·동해 평지와 북부산지에는 호우경보가, 중부산지와 삼척 평지에는 호우주의보가 발령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박고은 기자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