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특허출원 전 ‘쉿’… 비밀 알리지 마세요
中企, 특허출원 전 ‘쉿’… 비밀 알리지 마세요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8.07.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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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심판원 “특허무효심판 절반이 비밀관리 소홀로 무효화”
내부 자료 비밀표시·계약서엔 비밀유지 의무조항을 넣어야
(사진=특허청)
(사진=특허청)

# 중소기업 A사는 신기술 개발한 후 특허를 출원하기 전에 B사와 물품공급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 과정에서 계약서에 비밀유지의무 조항을 빠뜨려 특허를 상실했다. 신기술로 특허를 받았음에도 비밀유지의무가 없는 B사에 제품을 판매한 사실이 밝혀져 특허가 무효됐다.

# 중소기업 C사는 특허 출원 전 신제품에 대한 매뉴얼을 구매할 예정이었던 D사 등에 특허기술을 먼저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매뉴얼에 대한 비밀유지 경고를 하지 않았고 보안문서로 인식할 만한 어떠한 표시도 하지 않아 결국 특허가 취소됐다. 스스로 제작·배포한 매뉴얼이 신규성에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처럼 적지 않은 중소기업이 특허출원 전 비밀을 지키지 못해 특허를 상실하는 것으로 조사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1일 특허심판원에 따르면 2013년에서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비밀유지의무를 둘러싼 특허무효심판 총 61건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29건의 특허가 비밀관리 소홀로 무효화됐다. 

무효가 된 29건의 82%(23건)가 중소기업과 관련된 것으로 분쟁 당사자별로는 중소기업끼리의 분쟁이 13건(45%), 중소기업과 개인 사이 분쟁이 5건(17%), 중소기업과 해외기업 간의 분쟁이 4건(14%) 등 이었다. 반면 대기업과 관련한 분쟁은 단 3%(2건)에 그쳤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특허 출원 전 신기술의 비밀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무효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허는 세상에 전혀 없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인 경우에만 인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특허를 받았더라도 차후에 다른 사람에게 이미 알려져 있는 기술로 밝혀지면 무효가 된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은 무효심판 절차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술보안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예컨대 기업내부 자료에 비밀표시를 해 두거나, 사업제안서나 납품계약서 등에 반드시 비밀유지 의무조항을 넣어야 한다. 

특허심판원 관계자는 “비밀유지의무를 둘러싼 특허무효 분쟁은 협력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동업자끼리 다투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동업자끼리 공유하던 내부 비밀자료로 중요한 특허가 무효로 되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며 “특허출원 전에는 기술비밀이 유지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덧붙여 “특허청이 제공하는 원본증명서비스와 계약서 표준서식, 해외 파트너와의 원활한 기술협상을 위한 IP Business 계약서 가이드북, ‘영업비밀 유출분쟁 법률자문 지원제도’ 등을 활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young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