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세 봉사원의 22년간 걸어온 나눔의 길
72세 봉사원의 22년간 걸어온 나눔의 길
  • 김용만 기자
  • 승인 2018.07.0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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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째 이어지는 봉사, 아들‧손자와 함께 하는 나눔
(사진=적십자사  제공)
(사진=적십자사 제공)

오랜 시간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것. 그 꾸준함이 가족과 이웃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 주위 사람들이 어려운 이웃에 대해 한 번 쯤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 적십자에서 22년 째 봉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남 봉사원(72)의 이야기이다.

김정남 봉사원이 적십자와 인연을 맺게 된 때는 1996년, 지금으로부터 22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지역을 위해 다양한 봉사를 하고 있던 김정남 봉사원에게 당시 동사무소에서 도움을 요청해 왔다. 수유2동에 적십자 봉사회를 결성하려고 하니 초대 회장을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적십자에 대해서 정확히 잘 몰랐어요. 그냥 우리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단체라고 하니까 맡게 된거지.” 처음에는 적십자 봉사원들이 봉사활동을 할 때 항상 입는 노란색 조끼도 어색했다고 한다.

“강북지구협의회가 96년 10월에 만들어지고, 97년 4월에 노인정을 빌려 취약계층을 위한 배식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97년인가, 98년인가 물난리가 났을 때는 하루에 400인분 이상의 식사를 만들기도 했지요.” 기나긴 봉사활동에서 몇 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김정남 봉사원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서려있었다.

봉사를 하면서 즐거운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봉사활동 중에 우연히 알게 된 폐지를 주우시던 한 할머니는 사람 한 명 겨우 들어갈 만한 연탄광에서 살고 계셨다.

김정남 봉사원은 할머니를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을 했고, 한 천주교 쉼터에 모실 수 있었다. “할머니는 내가 찾아가면 항상 고맙다고, 고맙다고 손을 잡고 말씀하셨어요. 당신이 따뜻한 곳에서 따뜻한 밥 먹을 수 있게 해 줘 고맙다고요. 한 번씩 찾아뵙고 생신도 챙겨드리고 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어요.” 김정남 봉사원은 할머니께 마지막 인사를 못 드린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꾸준한 봉사로 적십자에서 20년 장기 봉사 봉사원 표창도 받았지만, 김정남 봉사원은 봉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할머니들이 집에서 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이렇게 매일 나올 곳이 있고, 할 일이 있다는 게 감사하지요. 이 나이가 되어도 아직 배울점이 많아요. 오히려 내가 얻어가는 것이 더 많지요.”라며, “이렇게 좋은 일을 하고 다니면 아픈 것도 잘 모르겠어요.

오랜 기간 봉사해 온 김정남 봉사원이 생각하는 나눔이란 무엇일까? 김정남 봉사원은 나눔은 ‘배려’ 라고 말한다. “나는 사랑보다도 배려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상대를 먼저 생각해 주는 거 말이에요."

김정남 봉사원의 활동은 다른 봉사원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었다. 아들은 적십자 정기후원에 참여하고 있으며, 어머니는 ‘수해민들이 고생을 하고 계시니 따뜻한 밥이라도 해 드리겠다.’며 가족들에게 컵라면을 주고 가셨어요. 이런 환경에서 자라다보니 시간을 내지 못할 때는 물적 나눔이라도 하자는 생각이에요.”라고 말했다.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한 손자는 취약계층에게 필요한 물품을 전달할 때 김정남 봉사원과 함께 다니고 있다. 일곱 살부터 봉사활동을 다녔다는 손자 박정호군은 봉사활동을 하고 나면 기분이 좋다며, “봉사활동은 힘들지만, 그만두고 싶은 생각은 안 들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아직은 할머니가 가자고 하니까 따라다니는 정도지만, 앞으로 더 크면 더 많이 데리고 다녀야죠. 어릴 때부터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인성 교육에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봉사하는 할머니가 자랑스럽다는 손주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김정남 봉사원이 말했다.

[신아일보] 서울/김용만 기자

polk8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