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산업부 공문, 사실상의 구속력 있다고 판단"
한수원 "산업부 공문, 사실상의 구속력 있다고 판단"
  • 백승룡 기자
  • 승인 2018.06.2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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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로펌 통해 법률검토 받은 것으로 알려져
'협조요청'에 대해 '사실상 구속력'으로 느껴
법적 구속력은 없어 손실보상 난항 겪을듯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사진=연합뉴스)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사진=연합뉴스)

한전수력원자력이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어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결의할 당시, 4개월 전 산업통상자원부가 보낸 공문에 대해 사실상의 구속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정작 법적 구속력은 없어 손실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21일 공개한 한수원의 '2018년 제7차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한수원 법무실장은 "지난 2월 20일자 산업부의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에 따른 협조요청 공문은 법률상 행정지도로서 이에 따라야 할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사실상의 구속력은 있다고 판단된다"고 보고 했다.

산업부는 지난 20일 설명자료를 통해 "산업부가 한수원에 공문을 보낸 이유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전사업자인 한수원에 공식적으로 통보하고, 관련사항에 대해 필요한 조치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가 월성1호기 조기폐쇄 요청을 한 것은 아님"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산하 공기업인 한수원은 산업부의 '협조요청'을 '사실상의 구속력'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김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한수원 측은 산업부 공문의 법적 구속력에 대해 법무법인 '태평양'과 '대륙아주' 등에서 법률자문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관련 검토' 보고서를 보면 해당 법무법인들은 모두 산업부의 공문이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법정 절차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것일 뿐, 그 자체로 어떠한 법적 구속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검토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행정청의 행정지도는 강제성을 띠지 않는 비권력적 작용에 불과하여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것"이라며 "산자부의 본건 공문 역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한수원 측이)임의로 위 공문에 기재된 요청을 거부하거나 이에 반하는 조치를 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울 것인바, 따라서 본건 공문은 사실상의 구속력은 갖는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부 공문이 사실상의 구속력은 지니는 것으로 검토했다.

김정훈 의원은 "공문을 발송한 산업통상자원부는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논의 차원의 공문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소속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외부 대형로펌을 동원해서까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지도 공문을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여 이사회 의결까지 하였다는 것은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산업부 공문이 '사실상의 구속력'에 그칠뿐 '법적 구속력'이 없다면 한수원의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된 손실보상 청구가 난항을 겪게될 수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은 정부의 강제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한수원 이사회의 자율적인 결정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에 따른다면, 조기폐쇄 결정은 한수원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볼 수 없으므로 정부에 대한 손실보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고 검토했다.

한수원은 결국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는 산업부의 공문에 '사실상의 구속력'이 있다며 눈치를 봤지만 정작 폐쇄 후에는 법적으로 손실보상을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