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선언’ 25주년… 차분한 삼성
‘프랑크푸르트 선언’ 25주년… 차분한 삼성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06.04 13: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틀 뒤 ‘신경영 선언’ 기념일…예년과 달리 조용
지난 3월 그룹 80주년 때도 특별행사 없이 넘어가 
이재용 부회장, 국내 시선 부담…해외서 경영 행보
(사진=삼성그룹)
(사진=삼성그룹)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1993년 6월7일,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하며 내뱉은 말은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일종의 지침으로 작용했다. 

삼성은 매년 이날 신경영 기념식을 열어왔다. 2014년 이 회장의 입원 이후 2015년 사내 방송을 통해 특집 다큐멘터리, 2016년에는 사내 인트라넷에 이 회장의 어록을 올리는 등 그냥 지나치는 일은 없었다.

특히 올해는 25주년으로 기념할만한 해다. 하지만 지난 201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20주년을 맞아 대규모 기념행사와 전 계열사 임직원에 대한 특별격려금 지급 등을 벌였던 것과는 달리 지난 3월22일 삼성그룹 80주년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행사 없이 지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기념하기에는 삼성의 최악의 한해로 기억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 선언 당사자인 이 회장이 와병 중인 것과 함께 이 부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것은 물론, 이후로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논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삼성증권의 배당오류까지 올해 들어 압수수색만 10여차례 받으며 국내에서 삼성 이미지가 실추된 실정이다.

하지만 나름의 신경영 움직임은 가져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국내에서 제기되는 부담을 해외로 만회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초 석방 이후 해외 출장을 세 차례 다니며 신성장 사업 발굴과 M&A 대상 기업을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영국, 캐나다, 러시아에 인공지능 연구센터를 개소하고 대만과 카자흐스탄에는 각각 20번째와 21번째 삼성 뉴스룸을 열었다. 이와 함께 해외 파운드리 포럼을 통해 반도체 신기술 로드맵을 선보이는 등 프랑크푸르트 선언 25주년을 맞아 신경영의 발판을 해외에서 찾고 있다.

이런 이 부회장의 행보는 사업적 측면에서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일각에서는 국내에 산적한 문제와 함께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과 세탁기 등에 대한 미국의 통상압박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이 부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