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탈출 촛불시위 수배자 5명 검거
조계사 탈출 촛불시위 수배자 5명 검거
  • 김종학기자
  • 승인 2008.11.0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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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동해시 B호텔서…수배자들 “경찰조사 묵비권 행사하겠다”
지난달 29일 조계사에서 탈출한 광우병국민대책회의(대책회의) 박원석(38) 공동상황실장 등 촛불 수배자 5명이 6일 오전 강원 동해시 B호텔에서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이날 오전 1시45분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불법촛불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박원석 공동상황실장 등 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1시10분께 호텔 인근에서 흥사단 교육운동본부 권혜진(35) 사무처장을 검거했으며, 이어 오전 1시30분께 호텔 내 2개의 방에 나눠 묵고 있던 박원석 공동상황실장 등 4명도 체포했다.

이날 검거된 촛불수배자는 박원석 공동상황실장과 권혜진 사무처장을 비롯해 대책회의 한용진(44) 공동상황실장, 미친소닷넷 백성균(30) 대표, 진보연대 김동규(34) 정책국장 등 5명이다.

촛불 수배자 5명은 5월2일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세력들의 연대를 추진, 같은 달 6일 대책회의를 결성한 뒤 각자 총지휘와 정책, 조직, 기획 등 업무를 분담해 청계광장 등에서 불법촛불시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 5월24일부터 6월 하순까지 매일 밤 서울 종로구와 세종로, 태평로 등 서울시내 주요도로를 점거한 채 경찰에게 쇠파이프 등을 이용해 폭력을 행사하고 쇠망치와 밧줄 등으로 전경버스를 파손하도록 주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이 주도한 불법폭력시위로 인해 500여명의 경찰이 피해를 입고 경찰차량 171대 등 모두 1000여 점의 경찰장비(피해액 9억2000여만 원)가 파손된 것으로 집계됐다.

촛불 수배자 5명은 7월6일 조계사로 피신해 천막농성을 벌이다 지난달 29일 화물차량 등을 이용해 조계사를 빠져나온 뒤, 이날 오전 강원 동해시 묵호동 한 호텔 3층과 4층에 있는 2개의 방에 나눠 투숙했다.

이날 촛불 수배자들이 검거된 배경에는 지난 3일 오마이뉴스의 박 상황실장에 대한 인터뷰가 중요한 단서가 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5일 이 인터뷰가 보도된 사진 배경이 서울 신촌 모 레스토랑이란 사실을 확인하고, 레스토랑에서 박 상황실장이 묵었던 숙소가 인근 레지던스형 호텔인 C호텔이라는 단서를 포착했다.

곧바로 C호텔을 찾은 경찰은 박 상황실장이 다른 사람 명의의 카드를 사용한 정황을 확인했으며, 차량과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폰도 사용한 사실을 포착하고 추적을 시작했다.

박 상황실장이 차량을 이용해 강원도로 향했다는 사실을 알고 추적을 하던 경찰은 강원 동해시 묵호동 B호텔에 모여 있던 박 상황실장을 비롯한 촛불 수배자 5명을 검거했다.

이날 검거된 뒤 종로경찰서에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접견을 마친 촛불 수배자들은 조사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일찍 잡혀서 죄송하다"며 "촛불집회의 정당성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박 상황실장이 언론 인터뷰를 하기 위해 나머지 촛불 수배자 4명과 떨어져 지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신촌 지역에서 지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촛불 수배자들은 조계사를 빠져나온 뒤 흩어져 지내다가 이날 자신들의 공동의견을 밝히기 위한 기자회견 등을 논의하기 위해 모였으며, 경찰 수배 등으로 수도권에서는 모이기가 어려워 모임 장소를 지방으로 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촛불 수배자들을 상대로 불법폭력시위 주도 혐의와 조계사 이탈 경위, 도주에 도움을 준 사람 등을 조사한 뒤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경찰은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민주노총 이석행(50) 위원장 등 다른 촛불수배자 4명에 대해서도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경찰의 검거 과정에서 촛불 수배자들이 묵었던 방에서 화투와 술병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민변 소속 변호사들은 "촛불 수배자들은 '남자 5명이 호텔에서 모이면 의심을 받을 수 있어 놀러온 것처럼 보이기 위해 술과 화투를 주문한 것일 뿐 화투는 치지 않았다'며 부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