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맨손으로 만지면 '환경호르몬' 체내 축적 2배"
"영수증 맨손으로 만지면 '환경호르몬' 체내 축적 2배"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8.05.2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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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보건대학원, 마트 계산원 BPA 농도 분석결과
BPA과 당뇨병 상관성도 관찰…"영수증 폐기 바람직"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영수증을 맨손으로 만지면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BPA)의 체내 농도가 2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의가 요구된다.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은 마트에서 일한 지 평균 11년 된 중년 여성 계산원 54명을 대상으로 영수증(감열지) 취급에 따른 소변 내 BPA 농도를 측정한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BPA는 인체에 들어가면 내분비계의 기능을 비정상적으로 방해하거나 교란시키는 작용을 하는 환경호르몬으로 성인의 BPA 하루 섭취 허용량은 체중 60㎏ 기준 3㎎ 정도다.

BPA는 주로 플라스틱과 에폭시, 레진 등의 원료물질로 물병, 스포츠용품, 캔의 코팅제 등에 쓰이지만 마트의 영수증 등에 쓰이는 '감열지'에도 이 성분이 사용된다.

연구팀은 우선 조사 대상 계산원들이 장갑을 끼고 영수증을 이틀 연속  취급했을 때와 맨손으로 연수증을 취급했을 때의 BPA 소변농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맨손으로 영수증을 취급했을 때의 소변 중 BPA 농도(ng/㎖)는 0.92로 업무 전의 0.45보다 2.04배 상승했다.  반면, 장갑을 끼고 영수증을 취급했을 때의  BPA 농도는 업무 전 0.51, 업무 후 0.47로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또 이번 연구에서 BPA와 당뇨병의 상관성도 관찰했다. 영수증에 노출된 BPA 농도가 높은 계산원은 공복 인슐린 수치와 인슐린 저항성이 함께 높아졌다.

최 교수는 "계산원이 장갑만 착용해도 BPA 노출을 거의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라며 "마트 계산원을 대상으로 한 연구지만 소비자들도 일상생활에서 영수증 노출이 적지 않은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스마트폰이 영수증을 대체하는 추세인 만큼 가급적이면 물건을 산 다음에 종이 영수증을 받지 말고, 불가피하게 받더라도 바로 폐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 최신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