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거부 택배노조 기사 '쟁위 조정' 받아들여질까
배송거부 택배노조 기사 '쟁위 조정' 받아들여질까
  • 이정욱 기자
  • 승인 2018.05.1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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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직 개인사업자…노조 설립 후 첫 사례
CJ대한통운 "업무방해" vs 택배노조 "쟁의행위"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사측과의 갈등으로 택배 배송을 거부한 일부 택배 기사들이 과연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받아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경찰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전국택배연대노조가 설립된 이후 첫 사례라 이번 판단이 향후  비슷한 사례에 대한 법적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13일 경기 용인서부경찰서에 따르면 택배업계의 대목인 설을 앞둔 올해 2월6일 CJ대한통운의 경기 성남지역 택배 배송을 맡은 기사 15명이 배송을 거부했다. 이들은 택배 물품이 담긴 자신들의 차량을 한 곳에 세워두고 운행하지 않는 방법으로 일주일가량 배송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택배연대노조에 속한 이들은 CJ대한통운의 하청업체인 A물류업체에 급여명세서와 비슷한 개념인 택배운송비 내역 공개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업체는 이들이 특수고용직 개인사업자라는 이유 등을 들어 이를 거부했고 한걸음 더 나아가 아예 폐업을 예고했다. 고용승계도 보장하지 않는 폐업 추진에 택배 기사들은 배송 거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택배가 배송 되지 않은 사실을 뒤늦게 안 CJ대한통운이 업무방해와 횡령, 절도 혐의로 해당 택배 기사들을 고소하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경찰은 두 달여의 수사 끝에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불기소 의견으로 지난달 사건을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택배 기사들이 배송 거부 전 지방노동위원회의 쟁의 조정을 거친 점 등을 참작, 이들의 행위를 적법한 절차를 거친 쟁의행위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불기소 의견에 대한 근거를 추가하라며 사건을 경찰로 돌려보내 현재 경찰이 보완수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 짓고 사건을 다시 검찰로 송치할 계획이다.

택배 기사는 실질적으로 사주에게 노동력을 제고하고 그 대가로 얻은 수입으로 생활하지만 법적으로는 자영업자로 분류돼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에 해당된다. 학습지 교사나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특수고용직의 노조 설립신고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반려되곤 했지만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 택배 기사가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노조 설립을 허용해 전국택배연대노조가 출범했다.

한편 다산 신도시의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내 교통사고 위험을 막겠다며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지상부 진입을 막았지만 주차장이 마련된 아파트 지하가 낮아 택배 차량이 진입을 못하면서 한바탕 택배 전쟁이 벌어졌다.

이에 택배 기사들은 넓은 신도시 아파트 단지 내에서 택배물을 인력으로 배송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다산 신도시로의 택배 운송을 거부하거나 배송물을 지상 주차장 등지에 쌓아놓으면서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