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패혈증' 피부과, 프로포폴 고장난 냉장고 보관
'집단 패혈증' 피부과, 프로포폴 고장난 냉장고 보관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05.10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프로포폴 주사를 맞고 시술받은 환자 20명이 집단으로 패혈증 증상을 보였던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 (사진=연합뉴스)
프로포폴 주사를 맞고 시술받은 환자 20명이 집단으로 패혈증 증상을 보였던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 (사진=연합뉴스)

집단 패혈증 의심 환자가 발생한 서울 강남 피부과 의원의 프로포폴 주사기를 보관했던 냉장고가 지난해부터 고장 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경찰서는 시술이 이뤄진 병원을 내사하는 과정에서 환자에게 투여된 프로포폴이 상온에 장시간 노출됐을 가능성을 포착했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지난 8일 이 피부과에서는 프로포폴 주사를 맞고 시술을 받은 환자 20명이 집단 패혈증 증세를 보여 인근 대형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피부과는 프로포폴이 있는 주사기를 냉장 기능이 고장 난 냉장고에 보관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마약류로 분류되는 프로포폴은 잠금장치가 구비된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집단 패혈증이 발생한 환자들에게 지난 7일 투약 된 프로포폴도 이 냉장고에 보관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용지침상 미개봉 앰풀이나 바이알(주사용 유리용기의 일종) 상태의 프로포폴은 2~25도 사이의 온도에서 얼지 않게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상온 보관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개봉한 경우라면 무균상태로 지체 없이 한 번에 한 명에게만 투약해야 한다. 투약 후 약이 남았을 경우 폐기해야 한다.

하지만 병원 원장은 4일에 투약을 준비한 프로포폴을 곧바로 사용하지 않고 상온에 방치했다가 7일에야 투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프로포폴 주사기가 상온에서 최소 60시간 방치됐던 것이다. 개봉된 프로포폴을 상온에서 보관하면 세균증식이 빨라져 오염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경찰은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정식수사에 들어갈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만약 수사에 착수하면 해당 피부과 원장 등 관계자들은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바꿔 재조사를 받게 된다.

한편, 패혈증 증세를 보인 환자 20명 가운데 2명은 중환자실에 입원해있고, 나머지 18명은 일반병실에서 치료 중이며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