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남북경협 김칫국…정부는 '북미회담만 물끄러미'
건설업계, 남북경협 김칫국…정부는 '북미회담만 물끄러미'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8.05.0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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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건협, 시기상조 여론에 '건설통일포럼' 돌연 연기
국토부, 방향 제시 못하고 내부 교통정리 수준 준비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뒤 교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서명한 뒤 교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남북정상회담 후 막연한 기대감에 들떴던 건설업계가 건설분야 경제협력 청사진을 제시한다던 '건설통일포럼' 일정을 돌연 연기했다. 남북경협에 대한 구체적 방향성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계획을 세우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업계 여론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손에 잡히는 정부 계획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내부 업무를 정비하는 정도에서 북미회담 결과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3일 대한건설협회(이하 대건협)에 따르면, 오는 8일로 예정됐던 '건설통일포럼'의 첫 회의가 무기한 연기됐다.

대건협은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일 보도자료를 통해 건설업계와 연구기관, 공기업, 학계 등 전문가로 구성된 건설통일포럼을 구성하고 이달 8일 킥오프 회의를 개최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건설통일포럼은 남북한을 잇는 철도·도로·항만 등 교통시설 구축을 비롯해 △산업단지 조성 △도시개발 △관광단지개발 △경제특구 조성 등에 대한 실질적 계획과 실행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 만으로 구체적 밑그림을 그리기에는 이른감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고, 대건협은 포럼 일정을 잠정 보류한 후 이 같은 사실을 업계에 전달했다.

북미정상회담이 끝난 후 남북 간 경제협력 가능 범위가 보다 확실해 진 후 그에 맞춰 계획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떠있던 건설업계에서는 조금 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일단 북미회담 결과와 이후 UN제재가 언제 어떻게 어느 정도 규모로 풀릴지 아직 짐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건협은 국내 건설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해외건설 쪽도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건설업계가 남북경협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건설통일포럼 자체는 시기를 조율해 지속적으로 준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남북은 지난달 27일 판문점 선언을 통해 경의선(서울∼신의주)과 동해선(부산∼원산)을 비롯한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경의선을 달리는 '평화열차 DMZ 트레인' 모습.(사진=연합뉴스)
남북은 지난달 27일 판문점 선언을 통해 경의선(서울∼신의주)과 동해선(부산∼원산)을 비롯한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경의선을 달리는 '평화열차 DMZ 트레인' 모습.(사진=연합뉴스)

한편, 일각에서는 무작정 북미정상회담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릴 경우 건설업계가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북한의 변화국면에서 살짝 빗겨나 있는 중국이 경협차원의 주도권을 행사하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에도 북한의 여러 경제특구 조성사업과 백두산 개발 등을 중국이 차지한 사례가 있다.

여기에 남북경협이 본격화 될 경우 인력조달 등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은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에서는 정부가 한 발 앞서 손에 잡히는 밑그림을 제시해 주길 바라는 분위기다. 지금과 같은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업계가 앞으로 닥쳐올 상황에 대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북미회담 이후에야 정부차원에서도 구체적 계획이 나올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협여건이 성숙되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업무들을 모으는 중이다"며 "북미회담 이후는 돼야 구체적 계획이 나올 것이고, 경협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한 준비와 발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