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보다‘환율’이 신용위험 복병”
“금리보다‘환율’이 신용위험 복병”
  • 최경녀 기자
  • 승인 2008.10.2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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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30%만 상승해도 기업 금융비용이 영업이익을 잠식”
산은 경제연구소 보고서 산업은행이 향후 국내기업의 경영수지를 좌우할 최대 복병으로 최근 치솟고 있는 환율을 꼽았다.

산은 경제연구소가 29일 발표한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산업별 신용위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와 같이 높은 수준의 환율이 수개월간 지속될 경우, 제품의 생산원가가 증가하고 외화부채의 원금 및 이자는 늘어나 기업의 경상이익이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됐다.

산은 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상승의 매출액 증가요인을 제거한다는 가정 하에 산출한 손익분기점 환율을 분석한 결과, 올해 평균 환율이 전년 대비 30%만 상승하면 비금속광물업과 인쇄출판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에서의 금융비용이 영업이익을 잠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업의 경영수지에 미치는 금리의 영향도는 환율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에 대해 보고서는 “외환위기 때와 달리 기업의 부채비율이 400%대에서 100~200%대로 줄어든 데다 실세금리도 외환위기 당시에 비해 절반이하로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과 금리 상승으로 가장 난관을 겪고 있는 업종은 섬유, 컴퓨터, 전기기계, 가구, 가죽제품, 목재, 펄프업종이고 이들 업종은 수입 원자재의 비중이 높거나 인건비 부담이 많은 중소기업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석유정제, 전자, 음향 및 통신기기, 자동차 등은 원자재의 수입의존도가 높지만 대부분 수출시장에서 원화약세의 혜택을 입는 업종이거나 내수업종이더라도 원가부담분을 판매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독과점 업종이어서 판매시장에서 그 효과가 상쇄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리상승에 취약한 업종은 부채비율이 높은 재무구조를 가진 기업들로, 주로 음식료품, 봉제의복, 비금속광물, 조립금속, 기계 및 장비, 의료 및 정밀기기 제조업체들로 나타났다.

더불어 현재 업황이 양호해 금융시장의 충격에 대해 강한 내성을 유지하고 있는 업종은 화학제품, 1차 금속, 기계장비, 자동차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나머지 제조업종은 최근의 시장불안 상황이 지속될 경우 부도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상로 산은 경제연구소장은 “최근의 금융시장 경색으로 인해 국내 금융기관의 자금중개가 원활하지 않아 국내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긍정적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국제 원자재 가격의 하락추세가 지속되고 있고 수출시장에서 국내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상승하고 있어 외환시장에서 엔고현상이 장기간 고착화될 경우 국산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의 환율과 금리 상승 등 금융환경 악화가 기업의 채산성 저하로 이어져 기업의 신용위험(도산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환율과 금리 상승추세가 향후 지속될 경우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업종에서 신용위험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