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협조' 전화로 고마운 마음에 줬다…요구한 적은 없어"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이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을 통해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억 원을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원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 심리로 16일 열린 최 의원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 1차 공판에 증인 출석했다.
이 전 원장은 "내가 원장 부임 전 댓글 사건 등으로 국정원 예산 줄인다고 난리가 났었다"며 "9월 초에 수정예산안이라고 들은 걸로 기억하는데, 이 실장이 '기재부 쪽에 전화 한 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최 의원에게 '예산 잘 좀 도와달라', '협조해줬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가볍게 전화 한 번 했다"며 "이후 국정원 예산관으로부터 '예산이 (국정원 제출안대로) 통과될 것 같다, 괜찮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10월이었는데 1년 동안 쓸 수 있는 활동비 일부가 남아있었다"며 "그래서 고마운 마음에 격려를 하면 어떤가 생각해 이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원장은 "내가 최 의원에게 뇌물을 줄 군번도 아니다"라면서 "국회 예결위도 있을 것이고 기재부 같은 곳에서 식사들이라도 할 수 있으니 격려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했는데 그게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의원이 나한테 돈을 보내달라고 한 것이 아니다"라며 "제가 잘못 판단했고 이 실장과 상의 끝에 나온 게 1억원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이날 최 의원의 변호인은 "이 전 실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사실관계 자체를 부인했다.
최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근무하던 2014년 10월 이 전 원장으로부터 국정원 예산 등 편의를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특활비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의원은 부총리 집무실에서 현금 1억원을 이헌수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을 통해 전달받은 것으로 검찰에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 1월22일 최 의원을 구속기소하며 재산 1억원 추징보전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신아일보] 박고은 기자 gooeun_p@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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