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쿼터에 EU 세이프가드까지… 철강업계 '멘붕’
美 쿼터에 EU 세이프가드까지… 철강업계 '멘붕’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8.04.0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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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개 철강제품 조사 돌입…작년 수출량 급증 악재로
판재류 타깃 우려…3조원 대체시장 잃을라 전전긍긍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철강 쿼터에 이어 유럽연합(EU)이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조사를 시작하면서 업계가 시름에 빠졌다. 미국의 관세보복을 피해 대체시장 개발에 힘을 쏟던 상황에서 EU의 세이프가드 소식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인 셈이다. 

EU는 지난달 26일 수입 철강 제품을 대상으로 세이프가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거나 물량을 제한하는 쿼터(수입할당)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 대상 품목은 냉연강판, 열연후판, 전기강판, 도금강판, 대구경 강관 등 총 26개다. 지난해 EU가 역외에서 들여온 철강 수입액 총 571억2000만유로 가운데 212억유로에 달한다. 

문제는 지난해 EU에서 수입한 한국산 철강이 대폭 증가하면서 한국기업들이 타깃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EU로 수출하는 물량이 미국 못지않게 많아 세이프가드가 현실화될 경우 적잖은 피해가 예상된다.

세이프가드 조사 대상 품목 중 우리나라가 수출한 철강은 11.3%에 해당하는 23억9000만유로(한화 3조1100억원)다. 달러로 환산하면 약 29억4000만달러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대상 금액인 27억9000만달러(한화 2조 9557억)보다 많다. 

특히 3월(3월1~20일) EU로의 철강 수출액은 1억5000만달러(한화 1589억5500만원)로 전년 동기보다 39.1% 늘어났다. EU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주요 수출 품목인 판재류의 타격이 우려된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EU에 수출한 330만t 중 약 290만t이 판재류다. 세이프가드를 시행하면 판재류를 주로 수출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대기업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철강업계는 조사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쿼터로 수출길이 막힌 철강을 다른 지역으로 돌려야 하는 상황에서 유럽마저 무역장벽을 세울 경우 대체 시장 찾기가 힘들어지는 탓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로 완전히 돌아선 미국과 달리 EU가 과도한 수입규제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정부는 이번 조사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앞으로 조사 과정에서 진행될 공청회 참여와 의견서 제출 등을 통해 정부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