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시공사, 무상으로 준다던 5천억 '공사비에 슬쩍'
재건축 시공사, 무상으로 준다던 5천억 '공사비에 슬쩍'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8.03.2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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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5개 재건축사업서 부정행위 76건 덜미
입찰위배사항 수사의뢰·'부당 용역비·수당 환수조치'
서울시 서초구의 한 재건축 단지.(사진=신아일보DB)
서울시 서초구의 한 재건축 단지.(사진=신아일보DB)

지난해 서울 강남지역의 대규모 재건축 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던 한 대형건설사가 무상 제공키로 했던 5000억원 상당의 품목을 유상 공사비에 슬쩍 끼워넣어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게 됐다. 부당하게 지급받은 용역비나 수당을 조합에 고스란히 토해내야 하는 업체와 조합원들도 다수 적발됐다.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는 지난해 실시한 강남권 5개 재건축 조합에 대한 합동점검 결과 총 76건의 부적격 사례를 적발해 수사의뢰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22일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간 서울시 및 한국감정원 등과 합동 점검반을 구성해 서울 강남지역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신동아 △방배6 △방배13 △신반포15차정비사업 시공자 입찰 내용의 적정성 및 재건축조합의 예산회계, 용역계약 등 조합 운영실태 전반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시공자 입찰 관련 11건을 비롯해 △예산회계 37건 △용역계약 14건 △조합행정 9건 △정보공개 5건의 부적격 사례를 찾아냈다.

이 중 13건은 수사의뢰했으며 28건은 시정명령했다. 또, 7건은 환수조치했고, 28건에 대해서는 행정지도 조치를 했다.

시공자 등 입찰과 관련한 위배사항 중에는 무상으로 제공키로 한 사항을 실제로는 유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 가장 대표적이었으며, 점검 대상이 된 5개 조합의 시공자가 모두 적발됐다.

특히 A업체는 천정형시스템에어컨과 발코니 확장, 전기차충전기설비 등 약 5000억원 수준의 무상 품목을 총 공사비 2조6363억원에 유상으로 중복 설계함에 따라 조합원의 추가 부담금 및 분쟁으로 연결될 소지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의 입찰기준에 따라 반드시 설계에 포함해야 하는 품목을 누락하고 이를 근거로 공사비를 산정함으로써, 조합원이 잘못된 자료에 근거해 시공자를 선정토록 한 사례도 적발됐다. 대표적으로 회화나무와 스마트오븐, 욕조, 지열냉난방시스템 등이 누락됐다.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조합에서 제시한 입찰 참여 기준을 위배해 설계를 제안(제안 기준범위를 벗어난 대안설계)하거나 개별홍보 행위를 한 사례도 적발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발생되는 이러한 위배 사항의 경우 향후에도 시장이 과열될 경우 반복될 개연성이 높다"며 "시장질서 확립 및 조합원의 권익보호 차원에서 해당 건설업체를 수사의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합동점검반이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강남권 5개 재건축 조합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점검에서 적발된 부적격 사례 건 수.(자료=국토부)
합동점검반이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강남권 5개 재건축 조합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점검에서 적발된 부적격 사례 건 수.(자료=국토부)

조합운영 관련 위배사항으로는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 체결시 사전에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용역계약을 체결한 3개 조합의 임원에 대해 수사의뢰가 이뤄졌다.

조합임원 및 총회 미참석자(서면결의자) 등에게 부당하게 지급된 수당이나 용역의 결과물도 없이 지급된 용역비 등 총 7건 약 2억7000만원은 조합으로 다시 환수토록 조치했다.

한편, 국토부와 서울시는 정비사업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앞으로도 시공자 선정 과정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추가로 합동점검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국토부는 지자체 협의를 통해 조합이 자율적으로 비리를 점검하고 권익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정비시장의 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