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성폭력범죄' 최대 징역 10년… 공소시효도 연장 추진
'권력형 성폭력범죄' 최대 징역 10년… 공소시효도 연장 추진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8.03.0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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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합동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 발표
피해자 신변보호·2차 피해 방지…민·형사상 무료법률 지원 강화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정부 합동으로 발표하고 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정부 합동으로 발표하고 있다.

정부가 권력을 이용한 성폭행의 법정형을 최대 10년까지 상향하고, 이에 따라 공소시효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성범죄 피해자의 진술을 제약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무고죄를 이용한 가해자의 협박 등에 대한 무료법률지원을 강화하고, 피해자에 대한 체계적인 신변보호도 이뤄진다.

여성가족부 등 12개 정부부처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 협의회’는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피해자들에 대한 2차 피해 방지와 신변보호뿐 만 아니라 권력을 이용한 성희롱, 성추행 사건에 대한 가해자 처벌을 강화해 문화예술계·법조계 등 민간부문 전반의 성폭력을 뿌리 뽑는 데 중점을 뒀다.

정부는 우선 권력형 성폭력 가해자의 처벌을 대폭 강화한다.

현재 징역 5년 이하, 벌금 1500만원으로 규정된 ‘업무상 위계·위력 간음죄’는 법정형을 징역 10년 이하, 벌금 5000만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업무상 위계·위력 추행죄’ 법정형도 현재 징역 2년 이하, 벌금 500만원 이하에서 징역 5년 이하, 벌금 3000만원 이하로 강화한다.

법정형이 상향되면서 공소시효도 ‘업무상 위계·위력 간음죄’의 경우 기존 7년에서 10년으로, ‘업무상 위계·위력 추행죄’의 경우는 현행 5년에서 7년으로 연장된다.

사업주의 성희롱 행위는 물론 성희롱 행위자를 징계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도 징역형까지 가능하도록 형사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한국여성연극협회가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위드유 집회를 열었다.
한국여성연극협회가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위드유 집회를 열었다.

체계적인 성범죄 피해자 보호와 회복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도입된다.

우선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진술을 어렵게 할 수 있는 명예훼손죄나 무고죄를 이용한 가해자의 협박, 손해배상 등에 대한 민·형사상 무료 법률지원이 강화된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 시효를 성인이 될 때까지 유예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경찰은 피해자 신분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가명조서를 적극 활용하고, 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팀장 등 915명을 미투피해자 보호관으로 지정해 수사가 끝날 때까지 피해자 사후지원을 책임지도록 할 방침이다.

피해자가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 없이 피해사실을 모두 공개할 수 있도록 수사과정에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대해 위법성 조각사유를 적극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또한 피해자에 대한 온라인상 악성 댓글에 대해서는 사이버수사 등을 통해 엄정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경찰은 모니터링을 통해 적발한 악성 댓글을 방송통신위원회 협의해 즉각 삭제하고, 해당 행위자는 IP(인터넷 프로토콜) 추적을 통해 찾아내 심각한 악의성을 띤 경우 구속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민간 기업의 경우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직장 내 성희롱 익명 신고시스템을 개설·운영해 피해자 신분 노출 없이 소속 사업장에 대한 예방 차원의 지도 감독을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사건이 은폐되거나 피해자의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고경영자 직보 시스템을 확산하고, 남녀고용평등 업무 전담 근로감독간을 배치해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집중 감독할 방침이다.

최근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문화예술분야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국가인권위원회와 문체부 등 10인 내외로 구성된 ‘특별조사단’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신고·상담센터’가 100일간 운영된다.

문화예술 단체에서 성폭력 사건의 조직적 방임 또는 조력·사건 은폐 등이 있으면 행정감사와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하며, 표준계약서에는 성폭력 관련 조항이 명문화된다.

상시근로자 30인 이상 문화예술업종 사업장을 남녀고용평등 근로 감독 대상에 포함해 올해 6월부터 행정지도를 실시할 방침이다.

의료분야에서는 연내 전공의법을 개정해 수련병원의 전공의 성폭력 예방 및 대응 의무규정을 마련하고, 진료 관련 성범죄 외 의료인 간 성폭력에 대해서도 금지·처분 규정을 마련 등 제재를 강화할 계획이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정부는 이번 대책을 포함한 일련의 대책들을 범정부 협의체를 중심으로 종합화·체계화해 이행하고 점검·보완해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이번 대책으로 종결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