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란 호반건설…뚜껑 여니 '부실덩어리 대우건설'
깜짝 놀란 호반건설…뚜껑 여니 '부실덩어리 대우건설'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8.02.0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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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억원 해외손실에 추가 위험부담으로 인수 포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에야 드러난 '황당한 악재'
국내 건설사 인수의지 없어 연내 매각재개 불투명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9일만에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했다. 예상치 못했던 3000억원 규모의 해외손실을 확인하고 손을 뗀 것이다. "중견 호반건설이 거대 대우건설을 인수할 능력이 있느냐"는 업계의 우려와 달리 대우건설의 부실문제가 매각을 무산시키고 말았다. 국내 대형건설사 중에는 대우건설 인수를 희망하는 곳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산은이 연내 매각절차를 재개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호반건설은 8일 오전 산업은행에 대우건설 인수 절차 중단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작년 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대규모 해외손실 발생을 확인했다.

올해 초 대우건설이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장기 주문 제작한 기자재를 다시 제작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3000억원의 잠재 손실이 생긴 것이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작년 4분기 실적발표가 있기 전까지 3분기 실적까지만 검토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손실에 대해서는 전혀 인지하지 못 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실사 과정에서 (대우건설에 관한) 자료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했다"며 "내·외부적으로 통제와 인식이 안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사업 경험이 없는 저희가 앞으로 미래 위험요소를 감당할 수 있을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했던 산은 역시 사전에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산은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공시를 하는 회사이다보니 (대우건설에서) 자료를 주지 않으면 저희도 알기 어렵다"며 "(산은에서도) 갑자기 알게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대우건설은 이번 손실 발표를 의도적으로 늦춘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달 모로코 사피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을 확인하고 조사를 진행 했으며, 그 결과가 이달 초에 나왔다"며 "잠재적 손실 반영을 미루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어 4분기 실적에 즉시 반영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시도는 이 같은 돌발변수로 인해 무산됐다.

당초 업계에서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13위의 호반건설이 몸집이 훨씬 큰 3위 대우건설을 인수한다는 것을 두고 '승자의 저주'를 언급하는 등 우려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와 달리 대우건설 자체의 부실이 문제로 드러나면서 인수가 성사되지 못한 꼴이 됐다.

한편, 산은은 대우건설의 이번 M&A(인수합병) 절차를 공식 중단하고, 대우건설에 추가 부실요인이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산은 관계자는 "당분간은 대우건설에 이런 요인이 더 있는지를 확인한 후 앞으로의 매각 계획을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그 동안 산은이 대우건설의 매각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산은이 좀 더 신중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욱이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매각에서 손을 뗀 상황에서 국내 대형건설사 중에 대우건설 인수를 희망하는 곳이 사실상 없어 연내 매각추진 재개 가능성 여부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