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최저임금 인상 대안찾기 '골몰'… 동네병원 부담 커져
의료계, 최저임금 인상 대안찾기 '골몰'… 동네병원 부담 커져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8.01.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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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임금 외 부수적 지출 늘어… 비용부담 '최고조'
건강보험수가 3.1% 인상 머물러… 경영압박 불가피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올해 정부가 최저임금을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6.4% 인상하면서 영세한 동네 병·의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 일반 병원에 비해 인력소요가 많은 재활병원과 동네 병·의원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대한재활병원협회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1인당 월평균 급여가 약 22만원 증가했다고 14일 밝혔다. 특히 급여인상에 따른 4대 보험 인상분을 포함하면 고용주의 월평균 부담 상승 폭은 약 26만원에 이른다.

이에 동네 병·의원들은 간호조무사 등 직원들의 급여인상으로 시간 외 수당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본임금외 퇴직금과 4대보험료 등 부수적인 비용지출도 늘어나 의원급의 비용 부담은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는 게 병원들의 걱정이다.

지난해의 경우 건강보험 수가는 3.1% 오르는 데 그친 반면에 올해 최저임금의 인상률은 수가 인상률의 5배가 넘는 16.4%였다.

우봉식 재활병원협회 회장은  "저수가 정책이 계속되고 있어 병원을 경영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재활병원의 경우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병동지원인력이 다른 진료과에 비해 많으므로 인건비 지출 영향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 병·의원에서는 야간진료, 휴일진료 등을 축소하면서 추가 인건비 지출에 따른 여파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소아청소년과 개업의는 "다른 업종과 달리 의료기관은 의료 관련 면허를 취득한 전문인력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직원을 내보낼 수도 없다"며 "근무시간을 축소하는 방법 외엔 대책이 없다"고 귀띔했다.

김태형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시간외 근무를 줄여 주 40시간으로 근무시간을 맞추면 근로자에게 주는 비용 부담이 10만원 이내에서 해결된다"면서 "진료시간을 줄이지 않더라도 일찍 출근한 직원은 일찍가고 늦게 온 직원은 늦게 퇴근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의원들이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치과계도 의료계와 비슷한 상황이다. 이재윤 대한치과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대형 치과병원의 경우 인원 감축에 나서고 있지만, 보조인력 1∼2명으로 운영하는 영세한 치과는 그럴 수도 없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국민연금보험료와 고용보험료를 40∼60%까지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제도'와 같은 대책을 더 확대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최저임금 상승과 관련한 부작용으로 간호사들에게 추가 근무수당을 미지급하는 등 부당한 행위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정당한 노동 활동에 따른 보상은 당연하며 의료기관에서는 최저임금 지급 기준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대해 "최저임금 1만원의 의료현장 약속이 지켜지고 간호조무사들의 처우가 개선돼야 간호서비스의 질 향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반색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 부담완화를 위한 대책으로 인건비 3조원을 직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의료계에서는 일부 비용지원을 받더라도 지원이 중단되는 시점에는 인건비 폭탄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어 미봉책에 불과해 갈수록 어려워지는 의원급의 회생과 간호조무사의 고용안정을 위해 적정수가 현실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