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광주교도소 5·18암매장 발굴작업 한 달째… 여전히 '난항'
옛 광주교도소 5·18암매장 발굴작업 한 달째… 여전히 '난항'
  • 양창일 기자
  • 승인 2017.12.0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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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쓰레기 등 굴착 이력만 발견…"진상규명위원회 설치해야"
5·18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들이 암매장당한 장소로 지목된 옛 광주교도소.
5·18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들이 암매장당한 장소로 지목된 옛 광주교도소.

5·18민주화운동 암매장 추정지인 옛 광주교도소에 대한 발굴조사가 한 달째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3일 5·18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교도소 5·18 암매장 추정지 발굴조사는 이날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재단 등은 지난 1995년 5월29일자 서울지방검찰청 ‘12·12 및 5·18 사건’ 조사 자료를 토대로 5·18 당시 3공수여단 등 계엄군 병력이 주둔했던 옛 교도소를 암매장지로 지목했다.

이후 재단은 지난달 3일 옛 광주교도소 시설물과 토지를 소유한 법무부 측에 승인을 요청했고, 최종 승인이 떨어지자 현장에 중장비를 배치하는 등 본격적인 발굴에 착수했다.

3공수 본부대대 소령 계급 지휘관으로 광주에 투입된 김모씨가 검찰 조사 때 남긴 약도를 단서 삼아 옛 교도소 북쪽 담장 주변에서 문화재 출토방식으로 이뤄진 첫 발굴 조사에서는 지표면으로부터 20여㎝ 깊이에서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배관 줄기만 드러났다.

이에 재단은 작업 반경을 확대해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아 옛 교도소 일원과 전남 화순 너릿재 등 또 다른 암매장 의심지역에 땅속탐사레이더(GPR)를 투입했다.

GPR 이상 징후가 나타난 옛 교도소 남쪽 담장 주변 소나무숲 등지를 지난달 28부터 이틀간 조사했지만, 교도소 생활쓰레기와 과거 굴착 이력만 확인되는 등 암매장 흔적은 찾지 못했다.

너릿재 일원은 터널 주변 땅속 60㎝ 깊이에서 의심물체가 탐지됐으나 광주-화순을 잇는 간선도로망에 속해 발굴 착수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태다.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북쪽 담장 주변 5·18 암매장 추정지에서 작업자들이 발굴 작업을 하는 모습.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북쪽 담장 주변 5·18 암매장 추정지에서 작업자들이 발굴 작업을 하는 모습.

재단은 옛 교도소 발굴이 최종적으로 성과 없이 끝난다면 1980년 항쟁 직후 암매장 흔적 훼손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판단은 1980년 당시 7공수가 6월 중순까지 광주에 머물렀고, 11공수는 항쟁 직후 서울로 떠났다가 일반인 또는 보병 복장으로 광주에 돌아왔다는 증언 때문이다.

재단 측은 ‘공수부대 지휘부가 80년 5월 27일 이후 암매장 관련 내용을 신고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는 군 관계자 증언 기록을 토대로 광주에 잔류·복귀한 병력이 암매장 흔적을 없앴을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5·18 당시 사라진 사람들 행방을 증언해줄 핵심 목격자의 양심 고백과 정부 차원 진상규명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수만 5·18연구소 비상임연구원은 “남미의 경우를 보더라도 군부독재 정권에 암매장당한 시민의 시신을 발굴할 때 핵심 당사자들의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가족들이 뼛조각이라도 거둘 수 있게 이제는 진실을 알고 있는 분들이 양심 고백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양래 5·18재단 상임이사는 “분명 그곳에 묻었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현장에 한 번 불러서 이야기를 들을 수조차 없는 게 지금 5·18 진상규명이 마주한 현실”이라며 “법적 강제력을 지닌 정부위원회가 왜 필요한지 교도소 발굴 상황이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양창일 기자 ciyang@shinailbo.co.kr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