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박근혜, 오만·불통·무능… 대통령하지 말았어야"
고건 "박근혜, 오만·불통·무능… 대통령하지 말았어야"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7.12.0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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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을 출간한 고건 전 국무총리가 지난 11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회고록을 출간한 고건 전 국무총리가 지난 11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말 답답했다. 오만, 불통, 무능…. 대통령을 하시지 말고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이나 하셨어야 한다."

고건 전 국무총리가 회고록을 통해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다.

고 전 총리는 1일 공개된 '고건 회고록 : 공인의 길'을 통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또 고 전 총리는 "당사자가 제일 큰 책임이 있겠지만, 그 사람을 뽑고 추동하면서 진영대결에 앞장선 사람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면서 "검증 안 하고 대통령으로 뽑은 것 아니냐. 보수진영이 이기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진영대결의 논리이고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 회고록에서 고 전 총리는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이 알려진 뒤 박 전 대통령을 만났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2016년 10월30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사회원로 몇 명과 함께 차를 마시며 '국민의 의혹과 분노는 한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성역 없는 수사를 표명하고, 국정시스템을 혁신해서 새로운 국정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진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 촛불집회가 일어나고 탄핵안이 발의, 가결됐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국무총리를 맡게 된 배경과 당시의 상황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 대해 “1998년 서울시장 민선2기에 출마할 당시, 국민회의 노무현 부총재를 만났다”며 “인상적이었다. 그의 화법은 매우 담백했다. 돌려 말하는 법이 없었다. 드물게 사심이 없는 정치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고 전 총리는 "나보다 나이 어린 상사를 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총리를 제안하면서 '개혁대통령'을 위해선 '안정총리'가 필요하다 했고, 완강히 고사해도 물러설 기색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해임제청권뿐만 아니라 실질적 내각인선까지 맡아서 해달라면서 다만 법무부 장관은 이미 생각해 둔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강금실 변호사였다"고 뒷얘기를 소개했다.

고 전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가 틀어진 것과 관련해서는 임명제청 요구 거절을 꼽았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에서 복귀한 날 '이제 강을 건넜으니 말을 바꾸십시오'라고 사의를 표명했다"면서 "그런데 사흘 후 새 장관들에 대해 임명제청을 해달라고 해서 거절했더니 비서실장을 두세 번 보냈고, 마지막에는 내 사표를 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17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에 대해서도 "제일 큰 불출마 요인은 중도실용의 기치를 내걸고 내 정치세력을 못 만든 것이고, 또 하나는 호남 출신의 한계론"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나의 정치적 실패를 놓고 보면 중도실용의 정치가 설 자리도 좁았지만, 비정당 출신 제3의 정치인이 설 자리가 더 좁았다"며 "참여정부의 총리를 해서 진보 쪽으로 포지셔닝이 된 상황에서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이 발생하니 역부족이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50년 공직 인생에서 살면서 '공인의 길과 소통의 문제'가 지금 우리가 회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인 것을 깨달았다고 적었다.

그는 "내 회고담의 핵심주제라 할 '공인의 길과 소통의 문제'야말로 지금 우리가 회복해야 할 가장 중심적인 과제다"면서 "국민으로서 정부의 무능은 참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공사의 혼돈과 독선은 참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겨우내 광화문을 달군 '이것이 나라냐'의 절규는 바로 공인 정신의 소멸과 소통의 부재에 대한 전 국민적 절망의 표현이 아니었을까"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