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통화스와프 협정…사드 갈등 딛고 ‘극적 타결’
한중 통화스와프 협정…사드 갈등 딛고 ‘극적 타결’
  • 김성욱 기자
  • 승인 2017.10.1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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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억 달러 규모·3년 연장 합의…경제협력 관계 계속 이어가
中, 정치·경제 분리 대응 가능성…“對中 경제 의존도 낮춰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13일(한국시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13일(한국시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중국이 통화스와프 만기를 재연장하는 데 결국 합의했다.

‘560억 달러어치, 3년 만기’ 등 내용은 기존 협정과 같다. 이에 따라 유사시 외환보유고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기반을 다진 것은 물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얼어붙은 양국 관계의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13일(한국시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따르면 양국은 미국 워싱턴DC에서 560억 달러 규모 원·위안 통화스와프 협정을 연장했다.

앞서 한국은행과 정부는 기존 계약 만기일인 지난 10일이 지나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당시 이 총재는 “아직 모든 것이 완결되지 않았다”며 “기존 협정 만료 전에 모든 것이 마무리되면 더 좋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추가 협의 가능성만 열어뒀다.

더군다나 한은과 중국 인민은행의 실무 합의에도 중국 지도부의 결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오는 18일 중국 공산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계약 연장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만기일 3일 만에 연장 합의 최종 소식이 나온 것이다.

이번 한중 통화스와프는 기존 계약 만기일인 지난 10일 합의해 11일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사실상 재연장이지만 형식적으로는 연장이 아닌 신규 체결로 이뤄졌다.

한국과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지난 2008년 12월 원·위안 통화스와프를 처음으로 맺고 2014년 10월 한 차례 연장한 바 있다.

하지만 사드 갈등으로 중국의 경제 보복이 시작되면서 통화스와프 연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이에 한은과 정부는 한·중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으로 얼어붙은 양국 관계의 전환점으로 삼고자 공을 들여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여야 4당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한중 통화 스와프 연장이 관계 개선의 사인이라는 점을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번 갱신된 계약 내용은 560억 달러(3600억 위안)로 만기일은 오는 2020년 10월10일이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통화스와프(1220억 달러)의 47%를 차지하는 규모다.

통화스와프는 자국 통화(한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위안화)나 달러를 서로 주고받는(스와프) 계약으로 외환위기 발생 시 상대국이 외화를 융통해줘 유동성을 공급해줄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외환보유고가 넉넉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같은 급격한 자본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지만 기축 통화국이 아닌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에 외환 방어의 안전장치는 많을수록 좋다.

중국도 위안화 국제화에 공을 들이고 있어 한중 통화스와프 협정의 의미가 적지 않다. 김 부총리가 최근 “중국도 위안화의 기축통화, 국제화 등과 관련해 통화스와프 연장에 관심이 많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편, 통화스와프 협정이 연장된 만큼 양국간 경제협력 관계가 복원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를 기점으로 중국의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해왔다.

다만 사드 배치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번 통화스와프 연장 의미를 확대해석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오히려 사드 보복이 언제든지 재개될 수 있는 만큼 중국과의 새로운 경제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한편으로 대중 경제 의존도를 낮추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신아일보] 김성욱 기자 dd9212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