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만에 꿈에 그리던 고향땅을 보는구나!”
“57년만에 꿈에 그리던 고향땅을 보는구나!”
  • 신아일보
  • 승인 2007.11.2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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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제5군단 ‘실향민 고향땅 바라보기’ 행사 개최

한기호 5군단장(우측3번째), 정호조 철원군수(좌측 4번째)를 비롯 김화실향민들(좌측사진), 을 태운 군용차량이 최전방 GOP통문을 거쳐 비문장 지대로 들어가고 있다(우측사진)

중부전선 최전방을 사수하는 육군 제5군단(군단장 한기호)은 지난 23일 비무장지대(DMZ)내에 소재하던 옛김화군에 고향을 두고온 실향민들에게 57년동안 고향을 떠나온 실향의 아픔을 달래주기 위한 ‘실향민 고향땅 바라보기’ 행사를 개최했다.
군이 나서 최초로 실행된 ‘실향민 고향땅 바라보기’는 6. 25 전쟁 이후 현재 비무장 지대 부근에서 살았던 옛김화군 실향민 1세대들을 대상으로 망향의 한과 향수를 달래주기 위해 ‘김화발전협의회(회장 박성봉)’가 관할부대인 육군5군단에 요청한 것이, 한기호 5군단장의 각고한 노력으로 한·미연합사 등 상급부대의 협조를 받아 이뤄졌다.
이날 오전 11시 철원군 와수리 태봉가든에서 한기호 5군단장, 김용한 3사단장을 비롯 정호조 철원군수, 구선호 군의장, 김화발전협의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옛김화군민 실향1세대 100여 명과 간단한 인사말 등을 나누며 김화실향민들과 비무장지대에서 옛고향의 발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는 벅찬가슴으로 기쁨과 감격을 함께 나눴다.
참석한 김화실향민들은 그곳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통상적인 안보교육을 받은 뒤, 준비된 차량으로 이동해 GOP 통문 앞에서 집결, 조 단위로 편성돼 이곳 부대원들로 지급받은 방탄모·자켓을 착용하고 군용차량에 탑승하며 민간인사상 최초의 비무장지대 입성을 서둘렀다.
하늘에서는 실향민들의 심정을 대변하듯 하루종일 겨울비를 뿌리며 실로 반세기가 넘게 고향땅을 그리워하던 그들에게 숙연과 회한서린 분위기를 더해 줬다.
이어 오후 1시3분경 흘러간 57년전의 기억을 되새기며 상기된 고령의 김화실향민들을 무장호위한 군용차량이 출발, 민통선 남방한계선인 GOP통문을 통과하는 역사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비무장지대에 들어선 그들은 하얀눈과 수풀로 뒤덮인 이곳저곳을 가리키는 손짓으로 고향땅의 흔적을 캐냄과 동시에 반세기전에 자신들이 살았던 곳에 대한 아득한 회상으로 환희와 한숨이 교차하는 시린 가슴을 쓸어내리며, 약 2시간여 동안 꿈에도 그리던 고향방문의 시간의 가졌다.
분단전 김화군 백석리에 살았던 김모씨(74·충북 충주)는 “군차량에서 생생하게 기억되던 어릴적 살았던 고향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그나마 아버지 산소가 자리하던 작은 산봉우리만을 바라볼 때는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며 “생전에 이곳에 오게 될 줄을 꿈에도 생각 못했으나 5군단장의 배려로 일생의 소망인 고향땅을 지척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줘,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GOP통문 중대장 한명수 대위는 “군단장님이 이번 행사에 각별하게 관심을 갖고 추진해 진행할 수 있었지만, 다소 부담이 됐다. 그러나 고향 근방에서 살아온 70·80대인 1세대 김화실향민이 고향을 또다시 멀리 두고 비무장지대를 빠져나올 때 흐느끼는 것을 보고 동족상잔에 비극의 현실을 느꼈으며, 두 번 다시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완벽한 경계작전태세 확립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며 멀리 북녘 경계지를 바라 봤다.
최문한기자 asia556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