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면세점 직원, 125억원 밀수입 정식 재판
신세계면세점 직원, 125억원 밀수입 정식 재판
  • 김동준 기자
  • 승인 2017.07.0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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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부산점, 점장부터 판촉사원까지 조직적 가담… 면세점 법인 최초 기소
▲ 서울 충무로 신세계 면세점.(사진=신아일보DB)

신세계면세점 직원들이 ‘보따리상’을 통해 고가의 면세품 125억 원어치를 밀수입한 혐의로 정식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지검 외사부(김도형 부장검사)는 관세법 위반 혐의로 신세계면세점 부산점 직원 A(43) 씨 등 12명과 롯데면세점 부산점 직원 1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신세계면세점 법인도 불구속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은 또, 면세품 밀수입을 주도한 김모(51) 씨 등 보따리상 2명을 구속기소하고 다른 보따리상 7명과 개인 구매자 9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 직원들은 2013년 5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평소 알고 지내던 보따리상을 통해 명품시계 등 면세품 시가 125억 원어치를 밀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밀수입한 면세품 품목은 수천만원짜리 명품시계와 고가의 핸드백 등으로 다양했다.

이들은 외국인의 경우 국내 면세점에서 구매가격에 제한을 받지 않고 면세품을 구입해 출국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단골 고객이 면세점 직원에게 고가의 면세품 구입 의사를 나타내면 면세점 직원이 보따리상에게 구매를 의뢰했고, 보따리상들은 친분이 있는 일본인을 이용해 면제품을 구입했다.  면세품을 소지한 일본인이 일본에 도착하면 이를 보따리상이 보관했다가 다른 일본인 운반책이나 한국인 관광객을 통해 다시 가져들여와 면세품 구매를 의뢰한 고객에게 전달하는 수법이었다.

이런 방법으로 고객은 값비싼 명품을 면세가격에 샀고, 보따리상은 면세품 구매가격의 5∼7%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다. 한 구매자는 2억원이 넘는 면세품을 이런 수법으로 구입하기도 했다. 면세점 직원들은 판매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았다.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은 점장부터 판촉사원까지 조직적으로 이같은 면세품 밀수입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확인됐다. 롯데면세점 직원 역시 비슷한 수법으로 수억원어치의 면세품을 밀수입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특히 검찰은 면세점 법인도 불법행위로 기소했다. 주의·감독을 소홀히 한 면세점 법인도 양벌규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면세점 법인이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면세점 관계자는 "직원들의 윤리의식이 낮아져 범법행위를 저질렀고, 결국 법인까지 기소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건은 직원들의 윤리의식 부재나 개인의 일탈 등으로 치부할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수사는 부산에 있는 면세점에서 보따리상이 외국인 명의로 명품시계를 대리 구매해 밀수입한 혐의가 포착되면서 시작됐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수익을 철저히 환수하고 비슷한 밀수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부산세관과 공조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아일보] 김동준 기자 blaam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