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까지 전우 찾아 전국 돌아다닌 姑 서정열씨에 감사패
92세까지 전우 찾아 전국 돌아다닌 姑 서정열씨에 감사패
  • 박영훈 기자
  • 승인 2017.06.2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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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6·25참전용사 묘지 참배·유가족 위문
▲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서정열씨에게 헌정한 CD.(사진=국방부 제공)

6·25 전쟁에 관한 생생한 증언으로 전사자 유해발굴작업에 큰 도움을 준 고(姑) 서정열씨가 감사패를 수여받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26일 "참전용사 고 서정열씨에게 감사패를 헌정한다"고 밝혔다.

국유단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있는 서씨 묘소에 참배하고 경기도 안성시에 사는 유족을 찾아가 감사패와 함께 서씨의 활동 영상이 담긴 CD를 전달할 예정이다.

서씨는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돌아오지 못한 전우들의 유해를 찾기 위해 전국 산야를 돌아다니다 올해 향년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서씨는 전쟁 당시 함께 싸운 전우들의 유해를 찾아 전국의 산을 홀로 돌아다니다가 2014년 10월 국유단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됐다.

발굴팀장 류수은 중사는 3년 전 강원도 양구 백석산에서 유해발굴작전 일과 종료 후 숙소로 복귀하던 중 한 노인이 버스가 끊긴 시간에 홀로 정류장에 있는 것을 보고 안내를 해 드리기 위해 차를 세웠다고 했다.

6·25전쟁 때 양구 백석산에서 전투를 했고 이 지역에서 부하를 많이 잃었다는 노인의 사연을 들은 류 중사는 전우들을 찾는데 도움을 드리겠다며 약속을 했다.

이후 서씨는 국유단과 함께 강원도, 경상도의 산을 오르며 참전 당시의 전투현장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그의 기억과 증언은 유해발굴에 큰 도움이 됐고, 실제 기억해 낸 강원도 양구 백석산 전투 현장에서 유해가 발굴되기도 했다.

국유단은 올해 4월초 대한민국 홍보전문가 서경덕 교수와 함께 유해발굴사업을 알리는 홍보영상을 제작했는데, 이 영상의 주인공이 고인이었다.

그러나 지난 5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참전용사의 소식은 한참이 지나서야 국유단에 전달됐다. 수차례 휴대전화로 연락했던 국유단의 수신 연락처를 본 아들이 고인이 된 아버님의 사연을 늦게나마 알려준 것이다.

인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혼자 살던 서씨는 지난 4월 말 집에서 식사 중 가스폭발 사고로 화상을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약 1주일 만에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해발굴감식단은 "서정열씨와 같은 참전용사와 격전지 주변 지역 주민의 증언은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아직도 산야에 흩어진 12만여명의 전사자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많은 제보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아일보] 박영훈 기자 yh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