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사건 1호 변호사' 한승헌, 42년만에 '무죄' 선고
'시국사건 1호 변호사' 한승헌, 42년만에 '무죄' 선고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7.06.2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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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남 의원 사형 애도 글' 썼다가 반공법 위반 구속

▲ 한승헌 변호사.
'시국사건1호변호사'로 불리다 이른바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당한 김규남 의원(1929∼1972)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을 써 구속됐던 한승헌(83) 변호사가 42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이헌숙 부장판사)는 22일 반공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던 한 변호사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유죄 근거로 본 한 변호사의 진술조서는 변호인 조력을 받을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작성해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모든 증거를 살펴봐도 공소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내용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한 변호사는 자신의 글에서 사형 집행을 당하는 사람을 애도했을 뿐 반공법을 폐지하라는 내용을 담지 않았고 암시하지도 않았다"며 "북한의 선전에 동조한 글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시국사건 첫 변호를 맡아 '시국사건1호변호사'로 불리는 등 국내 대표적인 인권 변호사다.

하지만 1972년 여성동아에 '어떤 조사'라는 글을 발표해 김규남 의원의 죽음을 애도하고, 2년 뒤 같은 글을 자신의 책에 다시 실어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했다는 이유로 1975년 구속기소 됐다.

당시 재판에서 한 변호사는 "사형 제도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호소력을 높이기 위해 수필체로 풀어쓴 일반론적인 글일 뿐이며 특정인을 지칭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1심은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2심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했고, 대법원은 이 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한 변호사는 집행유예로 풀려날 때까지 9개월 동안 구치소에 수감됐으며 8년 동안 변호사 자격도 박탈당했다.

이후 숨진 김규남 의원에 대해 재심이 청구돼 무죄가 확정되자 한 변호사는 재심을 청구해 42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