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담글 물조차 없어요"… 피서지 가뭄 초비상
"발 담글 물조차 없어요"… 피서지 가뭄 초비상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06.2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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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물 말라 '자갈밭'으로 변해… 경포해수욕장은 개장 연기
인근 주민들 휴가철 앞두고 시름… "물 효과적 활용 안 필요"

▲ 21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 '구곡폭포' 입구 계곡이 최근 가뭄으로 바짝 말라 있다.(tkwls=dus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더위를 쫓기 위에 22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 '구곡폭포' 입구 계곡을 찾은 박모(32·여)씨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가뭄으로 인해 계곡 물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아예 물이 말라버리면서 계곡 바닥의 자갈·바위 등이 새하얀 등을 드러낸 모습에 실망은 물론,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었다.

박씨는 "집은 서울이지만 친척집이 근처라 겸사겸사 들렸는데 이런 계곡의 모습은 처음 본다"며 "가뭄이 심각하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근처 주민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가뭄에 물이 마른 계곡들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여름이면 해마다 인파로 북적이던 경기도 가평군 용추계곡 역시 물줄기만 보인 채 흙먼지가 날 정도로 말라 있는 실정이다.

평소 휴가철이 아니더라도 날이 좀 따뜻해지고 주말이 되면 수십개의 테이블을 설치해 손님을 맞았던 인근 음식점의 직원들은 "최근 들어 손님은커녕 벌레들만 잔뜩 날린다"며 한숨을 지었다.

경기, 강원, 충청, 전남, 경북 등 전국 곳곳의 계곡은 물론, 저수지들까지 물이 바짝 말랐다. 피서지 인근 상인들은 지금 상태가 지속되면 올여름 장사는 공친 것이나 다름 없다며 울상이다.

여름철 래프팅 체험객 영업 등으로 1년을 살아가는 산골마을 주민들 역시 가뭄으로 물길이 마르고 보트 운행이 어렵게 되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21일 충남 예산 예당저수지가 메마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바닷가는 상황이 좀 나을까. 강원 강릉시는 지속되고 있는 가뭄으로 올 여름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개장하려던 경포해수욕장의 개장일을 7월1일에서 7일로 연기했다.

현재 강릉은 국민안전처에서 발령한 가뭄 주의 경보 지역이다. 7월 말까지 큰 비 예보도 없어 가뭄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강릉시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가뭄 상황이 지속되면 강릉의 식수원인 오봉저수지로부터 홍제정수장으로 유입되는 원수 공급 가능일이 37일로 줄어들어 7월27일까지만 물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피서철을 하루라도 일찍 개장해 피서객을 맞기보다는 피서객들로 인해 하루 평균 1만t의 물이 추가로 사용되는 것만이라도 막아 보겠다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이처럼 피해가 확산하면서 각 지자체들은 가뭄극복을 위해 각종 대응방안을 내놓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점점 심해지는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세계평균 800㎜보다 훨씬 많은 연간 1200㎜로 국토면적 인구대비 1인당 연간 2700t이나 된다. 그러나 이용가능 수량은 1400t으로 UN이 정한 물 부족국가의 기준인 1700t보다 적어 UN인구행동연구소가 지난 1993년부터 물 부족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비가 오는 즉시 유실되는 지형의 특성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이용가능한 수자원량은 OECD 가입국 중 최저치에 속하는 129위다.

강수량은 풍부하나 계절별 강수량의 편차가 심하고 홍수기에 쏟아지는 물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특히 바다로 흘러가는 수량을 생각하면 실제 상황은 더 열악할 수밖에 없다.

결국 물을 효과적으로 저장하고 활용함과 동시에 하루 빨리 물 재활용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