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정유라 삼성 뇌물수수 과정 관여 증거 확보
檢, 정유라 삼성 뇌물수수 과정 관여 증거 확보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06.1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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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전 본부장 "정유라. 삼성 측 지원 사정 잘 알아" 진술
말 세탁 과정 개입 정황도 포착… 구속여부 21일 새벽께 결정

▲ '이대 입시·학사 비리'의 공범 혐의를 받는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가 추가 조사를 받기 위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이자 ‘이화여대 입시·학사 비리’의 공범 혐의를 받는 정유라씨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정씨의 범행 관여를 입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씨는 그동안 검찰 조사에서 ‘엄마(최순실)가 다 알아서 했다’ ‘난 아무것도 모른다’라는 식의 진술로 일관하며 범죄 관여 의혹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정씨의 가담정도가 낮지 않으며, 변호인의 조언을 받고 조사 과정에서 일부러 ‘모르쇠’로 ‘철부지 행세’를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9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삼성의 최씨 모녀 승마지원 의혹과 관련해 최씨 일가의 독일 내 재산 동향을 상세히 알고 있는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을 최근 소환 조사했다.

이씨는 이 은행 독일 법인장으로 일하면서 최씨의 송금 업무, 현지 유령 회사 설립과 부동산 구입 등 각종 재산 관리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에서 이씨는 “정유라도 삼성 측의 지원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전날 정씨에게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범죄 정황을 알면서 범죄수익을 수수한 자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범죄수익이라는 정황을 알지 못한 경우는 처벌받지 않는다.

검찰은 삼성이 정씨에게 제공한 말을 바꾸는 ‘말(馬) 세탁’  과정에도 정씨가 깊숙이 개입했다고 본다.

삼성이 처음 제공한 명마 ‘비타나V’ 등 세 마리를 ‘블라디미르’ 등 다른 말 세 마리로 바꾼 ‘말 세탁’ 과정을 정씨도 상세히 알았던 정황이 일부 드러났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말 지원’의 이익을 많이 누린 수혜자가 정씨라고 보고 있다. 첫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삼성의 말 지원 과정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작년 10월 국제승마협회 홈페이지에 ‘삼성’이라고 기재된 소속팀 명칭을 삭제한 것도 정씨 요청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최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최 씨의 한 측근은 “코레스포츠가 정 씨에게 매달 급여 5000유로(약 630만 원)를 줬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정씨는 이 회사 주식을 30% 보유하고 있다.

정씨 명의로 구입했던 독일 슈미텐 주택의 구입 자금 출처도 삼성 승마지원금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같은 주변인 진술과 정황을 종합할 때 정씨가 단순 수혜자에 그친 게 아니라 직접 뇌물 수수에 가담한 주동자라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 수사를 통해 새롭고 의미 있는 자료를 다수 확보했다”며 “정유라는 엄마에게 모든 것을 맡긴 철부지가 아니라 국정농단의 사건의 시작이자 끝에 해당하는 인물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0일 오전 10시 30분 서관 321호 법정에서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구속 여부는 이날 밤늦게 또는 21일 새벽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