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 나간다"… 8살 유괴·살해한 17살 소녀 문자메시지
"사냥 나간다"… 8살 유괴·살해한 17살 소녀 문자메시지
  • 김용만 기자
  • 승인 2017.06.1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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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측 "정신병으로 우발적 범행…심신미약 주장"

▲ 8살 여자 초등학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한 혐의를 받는 10대 소녀 A양이 3월 3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고자 인천시 남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8살 여자 초등학생을 유괴해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17살 소녀가 첫 재판에서 혐의는 모두 인정하면서도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허준서 부장판사) 심리로 15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 혐의로 기소된 A(17)양의 변호인은 “살인 행위와 사체훼손·유기 혐의는 인정하지만 검찰 측이 주장하는 계획범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살인 행위는 평소 피고인이 앓던 정신질환인 아스퍼거증후군 등 정신병이 발현돼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사체훼손·혐의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날 짙은 연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A양은 이름과 직업, 주소 등을 묻는 재판장의 인정신문에 또박또박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날 재판에서 A양과 공범인 C(19·구속기소)양과 범행 전·후 주고받은 휴대전화 메시지의 내용도 일부 공개됐다.

A양은 범행 전 C양에게 ‘사냥 나간다’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고, B양을 집으로 유인해 살해한 뒤에는 ‘집에 왔다. 상황이 좋았다’고 다시 메시지를 남겼다.

C양이 ‘살아있어? 손가락 예쁘니’라고 묻자 A양은 ‘예쁘다’고 답했다.

검찰은 A양이 범행 전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다른 라인 건물의 승강기를 이용해 아파트에서 빠져나온 후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또 A양은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어머니의 옷을 입고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등 완전범죄를 구상했다고 덧붙였다.

시신유기까지 끝낸 A양은 잠옷으로 갈아입고 범행 직후 시간대에 1층에 내려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림으로써 늦잠을 자 당일 외출하지 않은 것처럼 알리바이를 꾸몄다.

이에 대해 A양의 변호인 측은 “A양이 어머니의 옷을 입은 것은 자신에게 피해를 줄거라는 환청을 듣고 이를 피하기 위해 변장한 것”이라며 “범행 직전 피해자가 먼저 A양에게 다가와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말했기 때문에 유인 등에 의한 계획범죄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 3월 29일 인천에서 실종 신고가 접수된 8살 여자 초등학생이 흉기에 찔린 채 시신이 훼손된 상태로 발견됐다. (사진=연합뉴스)

A양은 지난달 18일 구속기소 된 이후 같은 달 30일과 31일 2차례 반성문을 써서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에서 A양을 정신감정을 한 의사와 A양의 주치의, A양의 고교시절 담임교사, 공범 C양 등 4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A양의 정신질환과 범죄 간의 상관관계와 계획범죄 여부를 다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A양은 지난 3월 29일 낮 12시 47분께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 B(8)양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한 뒤 흉기로 잔인하게 훼손한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범행 당일 오후 5시 44분께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평소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C양에게 훼손된 B양의 시신 일부를 전달했다.

검찰은 A양의 정신감정유치 결과 “아스퍼거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는 잠정 의견을 받았다.

자폐성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증후군은 인지 능력과 지능은 비장애인과 비슷하나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고 특정 분야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는 질환이다.

검찰은 A양으로부터 피해자의 시신 일부를 건네받아 유기한 C양도 살인방조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C양은 A양과 공범 관계이지만 재판부는 사건을 병합하지 않고 따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들에 대한 선고는 같이 할 계획이다.

A양의 다음 재판은 오는 7월 4일, C양의 재판은 오는 23일 각각 오후 2시 인천지법 324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신아일보] 인천/김용만 기자 pplk8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