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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시민의 삶 '막영애' 속 '갑'들이 떴다
[인터뷰] 소시민의 삶 '막영애' 속 '갑'들이 떴다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7.05.10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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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제, 그리고 정지순의 이야기
▲ 막돼먹은 영애씨 캐릭터 포스터.(사진=tvN)
조덕제 "연기는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신앙과 같아요"
"조 사장은 좋은 사람을 더 돋보이게하는 꼭 필요한 역할"

정지순 "드라마 게시판 80%가 내 욕, 이제는 불러오라더라"
"퀴어? 뭔지도 몰랐다…어느 장르에나 어울리는 배우 되고파"


드라마 tvN ‘막돼먹은 영애씨’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 법한 ‘영애’라는 캐릭터가 겪는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으며 2007년에 시작해 2017년까지, 10년 동안 이어진 국내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다.

이런 막돼먹은 영애씨에는 분명히 진상·밉상 캐릭터인데 미워할 수 없는 빛나는 ‘감초’들이 있다. 사장역을 맡은 조덕제와 대리역을 맡은 정지순이 그 주인공이다.

얄미운 캐릭터 탓에 두 사람은 드라마 내에서 가장 악플이 많이 달리는 순위 1, 2위를 다투고 있다.

하지만 기자와 만난 두 사람은 드라마에서 보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편안한 미소, 수줍지만 밝은 성격, 질문 하나하나에 정성스런 답변을 내놓는, 진상 캐릭터와는 거리가 먼 두 사람은 악역을 연기하면서 마음고생을 꽤나 했을 법 하다.

두 사람은 이러한 내용을 묻자 조심스럽게 “그렇다”고 답하며 웃었다.

조덕제가 맡은 조 사장은 영애씨의 직장 낙원사에 새로 온 강력한 ‘악덕 사장’으로 여태까지의 어떤 사장들보다 가장 악랄하게 직원들을 괴롭힌다.

조덕제는 조 사장 역할을 ‘주인공을 돋보여주기 위해 작품에 꼭 필요한 역할’이라고 평가했다.

 
“조 사장 역은 역할 캐릭터가 독특하다보니 주인공과 배치돼 좀 악역으로 비춰졌는데, 작품에 꼭 필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또 주인공이 돋보이려면 진상이든 악역이든 잘 해내야한다고 생각했다. 욕을 많이 먹는 것은 힘들었지만 좋은 사람을 더욱 돋보이게 위해서 꼭 필요한 역이라 생각하고 임했다”

일명 ‘개지순’으로 불리는 정지순이 맡은 정대리도 만만치 않다. 낙원사의 대리인 지순은 처음 본 사람들에게까지 청첩장을 나눠주는 속보이는 진상 짓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욕을 하다가도 없으면 허전해서 찾게 되는 캐릭터다.

 
“초반에는 되게 힘들었다. 드라마 게시판에 들어가 보면 80%가 다 내 욕이었다. 특히 실명을 쓰니까 더 힘들었다. 심한 사람들은 부모님 욕까지 하는 경우도 있어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다 시즌13때 잠깐 빠졌었는데 ‘걔 왜 빠졌느냐, 불러와라’ 하는 글이 많았다. 그걸 보니 위안이 됐다. 그 다음부터는 조금 부담을 덜고 연기하고 있다”

▲ (사진='막돼먹은 영애씨' 방송 화면 캡처)

시청자로서 맡은 역할과 실제 성격이 비슷한지도 궁금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손사래를 치며 자신들의 실제 성격은 “역할과 달리 내성적이다”고 입을 모아서 얘기했다.

 
“조 사장처럼 살면 이 세상을 살 수 없을 것 같다. 조 사장 캐릭터는 좋은 사람을 더 돋보이게 해주기 위해서 극화된 것일 뿐이다. 원래 성격은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아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는 것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그런데 연기를 20여년 하다 보니 성격이 조금 밝아진 것 같다”

 
“나는 극소심한 A형이다. 물건 하나 살 때 한 달 고민하는 정도? 특히 연극은 무대 올라가기 전에 한 달 전에 배우들끼리 보여서 인사도 하고 술도 먹고 하는데, 방송은 처음 보는 사람이랑도 싸워야했다. 그런 것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막영애 배우들과도 친해지는데 3년 걸렸다. 낯가림 때문에 시즌 초반에는 혼자 숨어있는 정도였다”

대답과는 달리 두 사람은 재밌는 입담으로 인터뷰 내내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서도 두 사람의 입담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이 많다. 그 중 일종의 리얼 다큐 프로그램이 좋다. 예를 들면 ‘정글의 법칙’처럼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는, 생존을 위한 것은 아니겠지만 경쟁하고 살아남는 서바이벌 식 프로그램이 좋다. 또 남자들끼리 가서 부딪히고 정을 나누는 군대 프로그램도 참 재밌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체력이 받쳐줄 때의 이야기다”

 
“예전에 부인과 함께 ‘자기야’에 나갔었다. 그 당시 작가분이 대본을 주셔서 ‘아 이다음에 내가 얘기를 하는 구나’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드라마랑 달리 내가 알아서 중간에 치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나는 눈치를 많이 봐서 내가 끼어들어도 되나? 그런 생각이 들어 잘 못했다. 그 다음부터는 안하게 됐다”

사실 두 사람은 연기 경력으로는 20년 이상의 베테랑들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직까지도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 많다.

 
“장풍을 쏜다던가 하는 액션 영화들을 즐겨본다. 또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좀 했다. 그래서 몸을 쓰고 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 액션 가운데서도 사극인데 활극 같은 것들. 또 나이가 들다보니 사람 사는 모습이 잘 드러나는 코믹이나 휴먼 드라마도 좋다. 웃고, 감동받고, 아프고 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희로애락을 담은 드라마가 가슴에 와닿는다”

 
“멜로를 꼭 하고 싶다. 잘생긴 연기자들에겐 러브라인도 많이 들어오고 하는데 저희 같은 사람들은 잘 시켜주지 않는다. 그런데 꼭 해보고 싶다”

▲ 옴니버스 영화 '걱정말아요' 중 '애타는 마음' 포스터.

정지순은 동성애를 그린 멜로 영화를 찍은 경험도 있다. 그는 동성애자인 한 택시기사가 겪은 하룻밤을 그린 영화 퀴어 영화 ‘애타는 마음’에서 신인배우 이시후와 호흡을 맞췄다. 이 작품으로 서울독립영화제에도 초청받았다.

 
“처음에는 퀴어 영화가 뭔지도 몰랐다. 전화해서 물어본 것은 딱 하나 베드신이 있는 지였다. 동성애 작품이 처음이니까 처음부터 노출을 하는 것은 겁이 났다. 그런데 영화를 찍다보니 상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중요하다기 보다 진짜 사랑을 하도록 노력을 많이 했다. 사실 멜로는 평생에 없을 것 같아서 욕심을 낸 것이고, 어느 장르에나 어울리는 배우이고 싶다”

조덕제와 정지순, 두 사람 모두 긴 연기 경력만큼 긴 무명 생활을 보내야 했다.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포기하지 못했던 두 사람에게 연기란 무엇일까.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극단에 들어가서 연기를 시작했다. 돈을 벌어야 해서 낮에는 아동극을 하고 저녁에는 성인극을 했는데도, 스물 아홉살에도 엄마 주머니에서 만원을 훔쳐서 나가야했다. 그만둬야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때 친한 선배가 ‘힘들면 그만 둬라’하더라. 그 말에 오기가 생겼다. 맨날 머리는 그만해야하나 생각하는데 몸은 자연스럽게 극단가서 연습을 한다. 뭘 해도 금방 질리는 스타일인데 연기는 지금까지 애착이 가는 걸 보면 이게 내 직업이 맞구나 싶다”

 
“한 번은 선배가 연극을 할 당시에 ‘나에게 연극은 신앙과도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나에게도 연기는 내가 좀 더 나은 인간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신앙과도 같은 것 같다. 누구나 각자의 맡은 역할을 주어진 환경에서 하면서 살아가듯이 나에게는 연기가 내가 맡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하면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이 세상을 조금 더 즐겁게 행복하게 만들어 나가고 싶다”

끝으로 그는 힘든 상황에서 꿈을 포기하려는 청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도 전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의 재미있는 부분을 찾아서 즐기면서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어떤 위치에 있든 그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열정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일을 하면 만족하는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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