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다시 '안갯속'… "재협상 아닌 개선에 방점"
한미FTA 다시 '안갯속'… "재협상 아닌 개선에 방점"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7.04.1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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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美 무역적자 두 배 이상 늘어" 지적
정부 "재협상으로 해석할 필요 없다" 일축
▲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환영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언급하면서 한미FTA의 운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펜스 부통령이 '재협상'이 아닌 '개선'(reform)이라는 비교적 완화된 표현을 쓴 만큼 이번 발언을 너무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오전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연설에서 한국과 미국 기업인을 상대로 "이미 발효된 지 5년이나 지난 한미 FTA를 재검토해서 개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발효된 지 23년이 지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비교해 한미 FTA는 5년 밖에 되지 않아 재협상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정부의 예상과는 상반된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한미FTA 이후 5년간 미국의 무역 적자가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며 "미국 산업이 진출하기에 너무 많은 장벽이 있다. 이것은 분명한 진실"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최고위층에서 한미FTA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한미FTA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취임 후에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외국과 체결한 모든 무역협정의 재검토를 지시한 행정명령 또한 한미FTA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이외에도 여러 정황상 미국 내에서 한미FTA 재협상론은 한발 물러났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이날 펜스 부통령의 발언으로 한미FTA는 다시 안갯속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다만, 펜스 부통령이 이번에 한미FTA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표현 또한 재협상보다 완화된 개선이라는 단어를 택했다.

정부 역시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해 직접적 언급은 없었다며 의미를 축소하면서도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 차단에 주력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펜스 부통령 연설의 구체적 표현을 보면 당장 조치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현 시점에서 미국 행정부의 검토 결과 이후의 조치에 대해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반드시 재협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펜스 부통령이 연설에서 밝혔듯 한미 FTA는 상호 호혜적인 것으로 박수받을 만한 FTA이며, 최근 발간된 미국 무역장벽보고서에서도 한미 FTA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정부로서는 한미 FTA의 상호 호혜적 성과를 미국 조야에 지속적으로 설명하는 한편, 미국 무역적자 및 협정 재검토 동향 등을 예의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