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금융계열사, 신동빈의 ‘계륵’
롯데그룹 금융계열사, 신동빈의 ‘계륵’
  • 곽호성 기자
  • 승인 2017.03.30 14: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큰 이익은 없지만 버리자니 아깝고

▲ 서울 남대문 롯데손해보험 빌딩.(사진=곽호성 기자)

다음달 3일 롯데그룹이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 내에서도 롯데손보·카드·캐피탈 등 금융계열사들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상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사를 지배할 수 없다. 따라서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형태로 지배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만들거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금융사 지분을 사들이는 등의 방법으로 금융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이 모두 쉽지가 않다. 중간금융지주회사는 국회를 통과해야 하나 어려운 문제이고, 신 회장은 금융사 지분을 사들이는 것보다 호텔롯데 지분을 사들여 한국 롯데그룹 지배권을 강화하는 것이 더 필요한 처지다.

일본 롯데에 국내 롯데 금융계열사들을 넘기는 방법도 있지만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심사 문제가 걸려 있다. 국내 금융사들을 중국과 일본 금융사들이 대거 사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그룹이 일본으로 금융사를 넘기는 것을 금융당국이 좋게 보지 않을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롯데 금융계열사들이 신 회장의 계륵(鷄肋)이라고 보고 있다. 계륵은 닭갈비를 말하는 것이며, 큰 이익은 안 나지만 버리자니 아까운 것이란 뜻이다. 롯데 금융계열사들은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생각보다 강한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 금융계열사들이 업계에서 큰 힘을 못 내고 있는 이유에 대해 금융권 인사들은 금융전문가들이 부족하고 그룹 차원의 지원이 약한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한다.

한 보험업계 인사는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보험 전문가들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롯데 유통계열사들이 이날부터 일제히 세일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롯데 금융계열사들은 별 움직임이 없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다음달 3일 롯데그룹 창립 50주년 관련 이벤트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벤트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롯데카드도 마찬가지였다.

롯데그룹의 주요 금융계열사 중에는 롯데캐피탈도 있지만 부진한 것은 마찬가지다. 롯데캐피탈은 2015년 12월에는 자산규모로 업계 2위였다. 그러다 지난해 9월에는 자산규모 4위로 떨어졌다. 신차나 중고차 금융사업을 많이 하는 KB캐피탈이나 JB우리캐피탈이 쑥쑥 자란 반면, 롯데캐피탈은 신용대출 부문이 강하지만 성장률은 낮았다.

금융권 인사들은 롯데그룹이 롯데 금융계열사들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더 큰 그룹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며 롯데그룹에서 지원하고 있는 핀테크 벤처와 금융계열사들을 연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아일보] 곽호성 기자 lucky@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