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로부터 강제로 낙태와 단종(정관 정제) 수술을 받았던 한센인들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5일 한센인 1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국가의 상고를 기각하고 낙태 피해자 10명에게 4000만원, 정관수술 피해자 9명에게 3000만원씩 배상하라고 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국가 소속 의사들이 한센인에 대해 시행한 정관절제수술과 임신중절수술은 법률상 근거가 없다”며 “한센병 예방이라는 보건정책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수단의 적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들이 의사로부터 충분한 성명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한센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센인들에게 시행한 정관·낙태 수술은 동의가 없었다면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태아의 생명권’ 등을 침해하는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끝으로 “원고들에게 시행된 수술 등은 위법한 공권력 행사이므로, 국가는 그 소속 의사 등이 행한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한센병이 유전된다’는 잘못된 믿음에 따라 한센인에 대한 낙태·단종이 시작된 건 일제강점기인 1935년부터다.
이후 한센인의 집단 거주지인 소록도에서는 부부가 동거할 시 반드시 단종수술을 받도록 규정했고 다른 지역의 한센병 환자들도 낙태 수술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피해를 본 한센인들은 지난 2007년 설치된 한센인 피해사건 진상규명위원회에서 낙태·단종 피해자로 인정을 받았지만 국가가 배상을 거부하자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40여 명이 6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신아일보] 박고은 인턴기자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