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잡다 임대료 놓친 '서울시 청년주택'
역세권 잡다 임대료 놓친 '서울시 청년주택'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7.01.3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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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임대와 차별화 꾀했지만 결국 '닮은 꼴'
다른 방향으로 뛰는 '입지·주거비 경감' 토끼

▲ 한강로2가 역세권 2030 청년주택 투시도.(자료=서울시)
서울시가 초역세권 입지를 강조하며 야심차게 추진 중인 '역세권 2030청년주택'이 기존 행복주택이나 뉴스테이가 안고 있던 문제를 그대로 답습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직접 찾아가 본 제1호 청년주택 용산구 한강로2가 부지는 우수한 입지를 갖추고 있었지만 교통난을 우려한 주민반대와 고가 임대료 논란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29일 오후 서울시의 '제1호 역세권 2030청년주택(가칭 한강로2가 청년주택)' 부지로 예정된 용산구 한강로2가(백범로99가길) 일대는 철거된 가옥들의 잔재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자동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수 있는 골목길을 따라 양쪽으로 늘어서 있던 건물들은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져 새로운 주인에게 자리를 내어 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역세권 2030청년주택은 지하철 승강장과 250m 거리의 초역세권 지역에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공급되는 임대주택이다.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8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계획됐으며, 지상 37층 1086세대(민간임대 763세대·공공임대 323세대) 규모로 오는 4월 입주자 모집을 시작한다.

▲ 지난 29일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2가 청년주택 부지 모습.(사진=천동환 기자)
한강로2가 청년주택은 초역세권에 들어서는 만큼 입지상으로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지하철 4·6호선이 교차하는 삼각지역과 버스정류장이 도보로 5분 이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용산초등학교가 단지와 바로 접해 있다.

용산구청과 주민센터 등 관공서는 물론 은행과 병원, 마트 등 생활편의시설을 이용하는 데도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단지 양쪽으로 용산파크자이와 용산파크e편한세상 등 메이저브랜드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는 것만 봐도 주거지로서는 노른자위 입지란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입지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강로2가 청년주택은 사업초기부터 갖가지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1000세대가 넘는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삼각지역 일대의 교통체증이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인근 주민들의 반대와 함께 취지에 맞지 않게 임대료가 너무 비싸단 지적도 나온다.

한강로2가 청년주택은 사회초년생 미치 대학생 1인 단독 전용면적 19㎡ 기준 임대보증금 3950만원에 월세 38만원 또는 보증금 9485만원에 임대료 16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사회초년생을 대상 전용면적 16㎡ 기준으로 서울 오류동역 행복주택은 보증금 2847만원에 월세 10만2000원, 서울 가양 행복주택은 보증금 2628만원에 월세 11만8000원의 임대료가 정해졌다. 삼각지역 주변의 비싼 시세로 인해 한강로2가 청년주택의 임대료가 다른 입지의 행복주택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된 것이다.

이처럼 초역세권 입지를 장점으로 내세운 청년주택의 임대료는 앞으로도 계속적인 논란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한강로2가 청년주택은 역세권이라는 이유로 면적당 임대료가 서울시 평균은 물론 부지가 위치한 용산구 평균보다 비싸다"며 "서울시가 제시한 임대료 산정 기준도 2인 이상 가구에 맞춰져 있어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1인 가구가 부담하기에는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 29일 삼각지역 인근 용산파크자이에 한강로2가 청년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사진=천동환 기자)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청년주택 임대료는 장시간에 걸친 사업시행자와의 협의 및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합리적으로 정해진 결과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세권 청년주택 임대료는 주변 시세보다 최대 14% 가량 저렴하다"며 "월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임대보증금 비율도 30% 이상으로 설정토록 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천동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