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혀진 5·18진실… 헬기사격 37년만에 사실로
밝혀진 5·18진실… 헬기사격 37년만에 사실로
  • 양창일 기자
  • 승인 2017.01.2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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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때 공격헬기 투입 軍 작전일지 존재… 21일에만 12대 급파
CIA 문건서 북한군 동향 자료도 발견… "北 어떤 군사행동도 없어"

▲ 1980년 5·18 기간 중 광주 금남로 일대를 낮게 날고 있는 헬기를 기자들이 촬영한 모습. (사진=5·18 기념재단 제공)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매일 출격했던 무장 헬기의 존재가 37년만에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계엄군의 헬기 사격은 없었다"던 국방부의 입장을 뒤집는 총탄 흔적이 발견되고, 일부 보수단체의 5·18 북한 개입설은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밝혀졌다.

22일 5·18연구소에 따르면 1980년 5월 28일자 계엄 상황일지에 광주에 파견된 군 항공기 복귀 보고기록이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지에는 코브라헬기 AH-1J 2대, 경공격형헬기 500MD 6대, 수송헬기 UH-1H 5대, 중형수송기 C-1 3대 등 헬기 13대와 항공기 3대가 광주에 파견된 것으로 기록됐다.

전체 일지를 보면 고(故) 조비오 신부와 광주시민 다수가 헬기사격을 목격한 같은 달 21일에만 500MD 2대, UH-1H 10대가 광주에 긴급 파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에 급파된 헬기가 육군 상무대에 도착한 시간은 당일 오후 1시 무렵으로, 이동시간을 고려했을 때 조 신부 등이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오후 1시 20∼30분께와 시간대가 맞아떨어진다.

이와 함께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10층에서 발견된 총탄 흔적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공식 보고서를 통해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명하고 있다.

국과수는 5·18 사료인 옛 광주은행 본점 건물의 유리창을 감식, 이달 안에 결과 보고서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50㎜와 25㎜ 크기의 탄흔(추정)이 공식 확인되면 헬기 사격을 넘어 계엄군이 헬기를 동원해 광주 시민을 향해 기관총을 쐈다는 게 입증된다.

5·18기념재단이 보관 중인 전투병과교육사령부 '광주소요사태 분석 교훈집'에는 1980년 5월 21일부터 같은 달 29일까지 육군 31·61항공단 군인 108명과 5개 기종 31대의 헬기가 광주에서 '무력시위 및 의명 공중화력 지원'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나와 있다.

김희송 5·18 연구소 연구교수는 "계엄 상황일지만 봐도 무장 가능한 공격헬기가 광주를 오간 기록이 남아있다"며 "헬기가 병력수송 임무만 맡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미 중앙정보국(CIA)이 19일 기밀해제 문서를 인터넷상에서 공개했다고 누리집 공지를 통해 알리고 있다.(사진=CIA 누리집 화면 캡처)
5·18 당시 북한의 동향을 담고 있는 문건도 공개됐다. 현재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해 관련 문건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0년 5~6월 북한군의 동향을 알 수 있는 자료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지난 18일(한국 시간) 기밀을 해제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일급비밀 문서(TOP SECRET)중에 포함돼 있었다.

1980년 5월9일 국가안전보장회가 작성한 비밀문서로 전두환의 정권 탈취를 반대하는 시위 증가, 노동자와 야당이 참여한 반정부 학생운동과 관련한 당시 한국의 정치·사회 상황, 5월 6~7일 공수특수여단의 서울수비대 합류 등 한국군 동향이 담겼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북한은 한국의 정치 불안 상황을 빌미로 한 어떤 군사행동도 취하는 기미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5·18이 일어나기 10여일전까지 북한군이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는 같은 해 6월2일 작성한 극비문서에서도 '현재까지 북한은 남한의 사태에 합리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5·18 전후 북한군의 개입이 없었다는 사실을 못 박고 있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북한군이 광주에 투입됐다는 지만원과 보수단체의 역사 왜곡을 일축하는 자료"라며 "미국 최상층 기관의 회의에서 공유된 정보와 극비문서의 신뢰성을 감안, 현재까지 이를 넘어선 자료나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기념재단은 이 문건을 "5·18민주화운동을 북한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해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지만원(75)씨와의 재판에 증거 자료로 제출할 계획이다.

한편 5·18재단은 CIA가 공개한 문서 외에도 광주를 방문한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로부터 미국 정부가 기밀 해제한 5·18 관련 문서 89건을 전달받았다. 문서는 5·18 관련 정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재판 동향, 당시 정치동향 및 사회상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5·18재단에는 1980년 전후로 미 대사관과 우리나라 정부가 주고받은 문서와 2004년부터 미국 국립문서관리기록청(NARA)에서 공개한 자료 등 5·18 기록물 2401건이 보관돼 있다.

단체는 CIA가 공개하고 리퍼트 대사가 제공한 기록물이 5·18 진상규명의 새로운 국면을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상임이사는 "광주의 5·18이 새로운 진실과 마주할 수 있도록 미 정부에 자료공개 요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광주/양창일 기자 ciy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