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에 묘지 설치 '분묘기지권'… '장사법' 이전 묘는 인정
남의 땅에 묘지 설치 '분묘기지권'… '장사법' 이전 묘는 인정
  • 박선하 인턴기자
  • 승인 2017.01.1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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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분묘기지권은 오래된 관습으로서 법적 규범으로 승인"

‘장사법’ 시행 이전부터 다른 사람의 땅에 조상의 묘를 모셨다면 ‘분묘기지권’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9일 A씨(80)가 B씨(64)를 상대로 낸 분묘철거 소송에서 “일부 묘지에 대해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했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A씨는 2011년 자신 소유의 임야에 B씨 등이 무단으로 6기의 묘지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묘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며 소송을 냈었다.

1, 2심은 문제가 된 6기의 분묘 중 5기는 20년 이상 B씨 등이 점유해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했으므로 그대로 두고, 나머지 1기는 분묘기지권이 인정되지 않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이유로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했고, 하급심 판결이 옳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타인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 2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다는 점은 오랜 세월 동안 지속돼 온 관습으로서 법적 규범으로 승인됐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또 “이러한 법적 규범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 시행일인 2001년 1월13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장사법은 죽은 사람을 땅에 묻거나 화장하는 일과 관련된 법률로 이에 따르면 토지 소유자 허락 없이 묘지를 설치한 경우 토지 사용권이나 묘지 보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일정기간 다른 사람의 땅에서 제사를 지냈을 경우 장사법과 분묘기지권(墳墓基地權) 중 어떤 것이 인정될 수 있는가가 쟁점이었다.

분묘기지권이란 분묘를 관리하거나 제사를 지내기 위한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타인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로 이를 획득할 시 땅을 이용하는 대가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

대법원은 장사법의 시행으로 더는 분묘기지권을 인정할 필요가 없게 됐지만 법 시행 이전에 설치된 묘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분묘기지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신아일보] 박선하 인턴기자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