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막아라” 금융당국·수사기관 공조 강화
“보험사기 막아라” 금융당국·수사기관 공조 강화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6.10.1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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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적발액 3480억원… 갈수록 지능화·조직화·흉포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처벌 강화, 신고포상금 5억→10억 상향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올해 적발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에 금융당국과 수사기간이 합동해 보험사기 근절에 나선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은 34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액은 6549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지난해 수준의 절반 이상을 훌쩍 뛰어 넘어 1년 만에 보험사기 적발액 기록을 다시 쓰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보험사기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조직화·흉포화하면서 심각한 사회적 범죄로 발전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험사기 대상 역시 자동차보험에서 생명보험 쪽으로 옮겨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보험을 대상으로 한 사기는 2005년 하더라도 77.6%였으나 지난해 47%로 크게 줄었다.

이는 블랙박스 보급과 함께 CCTV가 곳곳에 설치된 것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금융당국과 수시기관은 분석했다.

이와는 반대로 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을 대상으로 한 사기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체 보험사기에서 생명·장기손해 대상 적발 비중은 지난해 처음으로 과반인 50.7%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경미한 질환으로 장기간 입원하는 ‘나이롱 환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입원 일당과 입원치료비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을 5개 보험사에서 가입한 후 입원이 필요 없는 발가락 질환을 핑계로 2년 넘게 병원에 입원해 3억2000여만원을 챙긴 40대 보험사기범이 최근 경찰에 구속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는 브로커들이 직접 개입하거나 조직이나 가족이 집단으로 보험사기를 벌이는 ‘팀플형’ 보험사기도 많았다.

올초 육군 특수전사령부 전·현직 부대원들이 허위 후유장애 진단을 받아 현재까지 드러난 보험금만 23억원을 부당 수령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보험 모집책과 병원 브로커들이 팀을 꾸려 실행한 조직적 보험사기였다.

보험사기는 가족을 노린 연쇄살인극까지 불렀다. 지난해 경기도 포천에 사는 40대 여성이 보험금을 노리고 독극물로 전 남편과 현 남편에 시어머니까지 살해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보험사기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는 가운데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점점 지능화 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병원에서 허위 진단서를 받는 것이 어렵자 해외 병원에서 진단서를 꾸며 보험금을 타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필리핀 병원에서 허위진단서를 발급받거나 진단서를 위조하고서 이를 근거로 보험금을 청구해 1억5000여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관광객 33명과 브로커 2명을 적발한 바 있다.

또 자동차 경기장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일반도로에서 난 것처럼 꾸며 수리비를 챙긴 레이싱 동호회원들도 있었다. 이들은 견인기사와 공모해 사고 장소를 바꿔치기했지만 결국 수사망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이 외에도 허위입원을 한 뒤 휴대폰을 병원에 두고 밖에 나가는 등 위치추적 기법까지 무력화하는 사기범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보험사기 담당 수사관은 “보험사기 수사는 기본적으로 자료가 방대하다”며 “특히 의료 등 전문 분야여서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해야 해 시간도 오래 걸린다. 반년 이상 걸리는 일이 다반사다”고 말했다.

어렵게 적발한다 해도 처벌이 가볍다는 문제도 있었다. 대부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기소되더라도 벌금형에 그치는 일이 많아 재범률도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2년 보험사기범의 68.7%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집행유예는 17.6%, 징역형은 13.7%에 불과해 일반 사기범보다 처벌이 관대했다.

범행은 쉽고 적발이 어렵다 보니 오랜 기간 경기 침체를 틈타 보험사기는 사회 전반으로 퍼진 것이 현실이다.

이런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마련했다.

그동안 보험사기범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사기죄’로 처벌받았지만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된 이 특별법으로 보험사기죄를 별도 범죄로 구분했다.

처벌 수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높아졌다.
더불어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수사기관이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보험사기가 의심되면 개별 보험회사가 자체적으로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의심 사례를 금융위원회에 보고해 취합하고서 공동으로 수사의뢰하게 됐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1차적으로 의심행위 전체를 저인망식으로 걸러서 자료를 전달하게 돼 수사가 한결 수월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곳곳에 흩어진 보험계약·공제 정보를 한국신용정보원으로 모아 ‘보험사기 다잡아’라는 시스템도 가동하고 있어 적발뿐 아니라 통계기반의 예측 시스템 도입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전국 일선 경찰서에도 보험사기 전담팀이 설치됐으며, 수사관과 손해보험사 특별조사요원(SIU)이 함께 참여하는 수사 역량 강화 워크숍을 열어 범행 기법과 대응 방안 등의 정보를 교류해 전문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보험업계도 보험사기 적발을 위해 신고포상금 최고액을 현행 5억원에서 최고 10억원으로 두 배나 올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 방지로 보험금 누수가 줄면 더 저렴하고 다양한 보험상품이 출시돼 소비자의 선택권과 혜택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김흥수 기자 saxofon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