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리는 어떡하라고"… 여진에 경주 주민 '시름'
"집수리는 어떡하라고"… 여진에 경주 주민 '시름'
  • 서경규 기자
  • 승인 2016.09.2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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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피해 4086건…비 막는 천막만 덮어둘 뿐 수리 '제자리 걸음'
▲ ⓒ연합뉴스

경북 경주에서 9·12 지진 이후 약 열흘 간 400회가 넘는 여진이 계속되자 주민들은 피해가 난 집수리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22일 경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규모 5.8 강진으로 인한 지진 피해현황을 잠정집계한 결과, 경주시에서만 4086건의 재산피해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한옥 지붕 파손이 2023건, 건물 벽체 균열이 990건 발생했으며, 담장 파손 등 기타 1060건이다.

지역별로는 지진 진앙인 내남면에서 주택 균열 346건, 지붕 파손 333건 등 피해가 났다.

또 한옥 밀집 지역인 황남동 일대 피해만 670건이 넘는다.

벽체균열 한옥은 대부분 신축해야 하고 지진충격의 흔들림과 뒤틀림에 따른 기와이탈 가옥은 기와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12일 규모 5.8 강진 이후 이날 오전 10시 현재까지 발생한 여진은 총 423회에 달한다.

진앙과 가까운 내남면 일대는 21일 규모 3.5 여진에 또 다시 술렁거리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서진 건물 및 주택 복구는 지지부진하다. 특히 한옥마을 기와집 복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당장 비를 막기 위해 지붕 위에 천막을 덮어놨을 뿐 집수리를 시작도 못하고 있다. 계속되는 여진에 대한 두려움과 더 큰 규모의 지진이 올까 싶은 공포감에 일손을 놓은 채 하루를 보내는 주민들도 있다.

이형일 덕천2리 이장은 "언제 또 강한 여진이 올지 모르는데 집수리는 엄두도 나지 않는다"며 "단층 슬라브 양옥인 우리 집도 본진과 잇따른 여진으로 철근이 훤히 밖으로 드러나 있는데 어떻게 해볼 수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경주시 건축과 박종만 주무관은 "주택 피해 신고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비가 새는 것을 막기 위해 천막을 덮어주는 등 응급복구밖에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부 마을은 마땅한 대피소조차 없는 실정이다.

지진피해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집에 차마 들어가지 못하는 몇몇 주민들은 마을회관과 도로, 비닐하우스 등을 배회하며 전전긍긍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근열 덕천1리 이장은 "동네 집들이 모두 균열이 생긴 상태인데 자꾸 땅이 흔들리니까 더 불안하다"며 "큰 지진이 나면 한꺼번에 대피할 장소가 없어서 주민들의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한 주민은 "새벽에는 조용하니까 여진의 느낌이 더 세다"며 "밤을 지새우고 낮에 겨우 눈을 붙이지만 피곤한 데다 신경이 곤두서 있으니까 온몸이 아픈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도와 경주시 등은 이와 관련 지진대응 특별과제로 '제도개선 및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공공시설물 내진보강 국비지원 △지진대비 생존공간 조성 국비지원 △국립 지진방재연구원 설립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원전안전과 관련, 국제 핵 비확산 공동연구단지의 조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현행 자연재해대책법상의 지원기준은 풍수해 중심으로 마련된 탓에 지진피해 적용에 한계가 있고 역사문화미관지구내 한옥은 기와 전체를 교체해야 하지만 지원 근거가 미흡하다"고 전했다.
 

[신아일보] 경주/서경규 기자 seoul14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