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70% "성폭력 경험… 가해자 상급자·동료교사 많아"
여교사 70% "성폭력 경험… 가해자 상급자·동료교사 많아"
  • 이현민 기자
  • 승인 2016.06.1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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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자리서 술마시기·따르기 강요" 53.6%… "신체접촉" 31.9%

여교사들이 성희롱이나 노래방 등에서의 춤 강요, 부적절한 신체접촉 등 성폭력에 노출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교사들은 가해자로 교장·교감 등 상급자와 동료교사를 주로 지목했다.

15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여성위원회와 참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0~12일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근무하는 여교사 175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교직생활 동안 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무려 70.7%에 달했다.

가장 빈번한 종류의 성폭력은 회식자리에서 교사나 교장·교감이 술 마시기를 강요하거나 남자 교사에게 술을 따르도록 강제하는 형태로 53.6%의 응답률을 보였다.

전교조는 피해 경험률이 지역별 차이보다 학교급별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교장·교감 등 관리자들이 많은 권한을 갖고있는 초등학교 교사의 피해율이 59.5%로 가장 높았으며 고등학교(52.4%), 중학교(40.4%)순으로 나타났다.

피해 경험 형태는 술 따르기, 마시기 강요(53.6%)에 이어 노래방 등 유흥업소에서 춤 강요(40.0%), 언어 성희롱(34.2%), 허벅지나 어깨에 손 올리기 등과 같은 신체 접촉(31.9%)의 순(복수응답 가능)으로 나타났다.

특히 2.1%의 교사들은 키스 등 심각한 성추행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강간과 강간미수 등 성폭행 피해율도 0.6%(조사대상 1758명 중 10명)으로 집계됐다.

가해자의 유형을 묻는 설문에는 교장·교감 등 학교 관리자가 72.9%, 동료 교사 62.4%, 학교에서 직책을 맡은 학부모 11%, 학교나 지역단체에서 직책을 맡은 주민 4%, 학교에서 직책을 맡지 않은 학부모 1.8% 등의 순이었다.

'신안군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전라남도의 경우, 관리자가 가해자인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반면(전국 72.9%, 전남 58.7%), 학부모가 가해자인 비율(전국 12.8%, 전남 22.3%)과 주민이 가해자인 비율(전국 5.1%, 전남 11.9%)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피해 여교사의 36.9%는 가해자들의 행동 이유에 대해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35.1%는 우리 사회의 일상적인 유흥 문화를 들었다. 교장·교감 등 관리자들의 방조 및 부추김을 가장 큰 이유로 보는 응답도 15.2%로 집계됐다.

이번 신안군 여교사 성폭행 사건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시선(67.1%)'과 '가해자들의 성범죄에 대한 인식 부족(24.6%)'을 들었다.

교사들은 성폭력 재발방지를 위한 과제(2가지 선택)로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가 80.0%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학부모들에게 영향력이 큰 관리자들의 반성폭력교육 의무화(37.3%)', '도서벽지 근무 교사에 대한 처우 개선(28.8%)', '성감수성 향상을 위한 교육내용을 학교교육과정에 반영(23.31%)' 순이었다.

전교조는 "일반적으로 강력한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 문제라는 인식이 설문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며 "사건 발생 시 가해자에 대한 철저히 조사와 지위 고하를 막론한 엄벌이 이뤄져야 성희롱, 성폭력이 분명한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형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아일보] 이현민 기자 hmlee@shinailbo.co.kr